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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모비스는 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와 달리 주가가 연일 떨어지는데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뒤 주가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주배당 확대를 약속한 데 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단 한 주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도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 현대모비스, 배당 확대도 자사주 매입도 안해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시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1일 각각 4490억 원, 2209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한국전력 본사부지 인수에 참여한 뒤 두 회사의 주가가 꾸준히 떨어진 데 따른 대응이다.
두 회사는 배당확대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 가운데 유일하게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잇따라 배당확대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동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대모비스 주가 하락폭이 적었던 것도 아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낙찰 받기 전날인 지난 9월17일 27만9천 원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전날인 지난 10일 23만8천 원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약 15% 정도 하락한 셈이다.
이 기간에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각각 25%, 7% 가량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현대모비스는 다른 계열사보다 실적이 양호한 편이어서 자사주 매입 필요성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배경에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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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은 약간씩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승계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려고 한다면 현대모비스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 10일 23만8천 원에서 11일 23만5천 원으로 떨어진 뒤 12일 23만3천 원으로 또 떨어졌다.
◆ 정의선 승계 ‘모비스 떨어지고 글로비스 오르면 좋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 10일 27만8천 원에서 이틀 연속 올라 12일 30만2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떨어지자 현대글로비스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 승계를 위해서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질수록,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오를수록 좋다’라는 분석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이며 현대글로비스는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돈줄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31.88%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6천억 원 가량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떼어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계열사 가운데 현대모비스만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원성을 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을 무리하게 승계와 연관해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개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인 만큼 기업이미지 관리에 신속히 대처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투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는 12일 전일과 동일한 17만6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아차 주가는 5만5천 원으로 전일보다 약 1%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사주 매입 카드가 주가 하락에 종지부를 찍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저를 제외하면 파업과 한전부지 매입 충격 등 각종 악재가 대부분 해소됐으므로 저평가 매력을 고려할 때 연말로 갈수록 현대차에 대한 매력은 커질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결정 외에도 올 하반기 배당시즌이 다가오면서 배당 관련 수익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정체상황, 과도한 경쟁구도에서 현대차그룹이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본질적 해결책을 더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