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앞으로 반도체시설 투자를 대부분 3D낸드와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고 기존 D램 생산시설도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D램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점차 손을 떼게 되면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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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
허국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상무는 27일 실적발표회에서 “향후 반도체 사업전략은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추진할 계획”이라며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7월 세계 최대규모인 평택 반도체단지의 가동을 시작하며 대대적인 생산라인 재정비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택에는 주로 낸드플래시, 화성에는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중된다.
화성 반도체사업장은 그동안 D램 중심으로 운영돼왔는데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이 늘고 있다. 올해 예정된 6조 원 정도의 시설투자금액도 대부분 시스템반도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상무는 하반기에 화성의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놓았다. 증설속도를 더 앞당기기 위해 신규공장 투자에 이어 공정전환에도 동시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매출비중이 크지 않았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대규모 증설투자가 불가피해졌다. 내년에 애플 아이폰에 공급하는 프로세서의 위탁생산도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22조5천억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는데 하반기에는 평택과 화성공장 증설도 본격화하며 지난해 전체 투자규모인 27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D램에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잡아놓지 않고 있다. 기존 생산라인도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할 경우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허 상무는 “D램 공정전환으로 생산능력이 감소하는 데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일부를 D램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 D램의 수요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낸드플래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D램에는 거의 투자를 벌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수익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D램에서는 서버와 모바일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분야에만 집중하며 점차 D램에 매출의존을 낮춰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와 이미지센서, 반도체 위탁생산의 수요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발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D램은 기술적 특성상 수요증가폭이 작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연간 30% 이상 성장하겠지만 D램 성장률은 한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시장변화에 삼성전자가 긴밀하게 대응하는 셈이다.
글로벌 D램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100% 가까운 점유율로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D램 증설투자에 나설 경우 공급과잉이 발생해 평균가격이 떨어지며 SK하이닉스 등 후발업체들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의 D램 공급량이 줄어들며 SK하이닉스는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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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SK하이닉스는 D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시설투자금액을 기존 계획보다 늘리며 하반기부터 D램 증설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D램 공급과잉을 이끌어 증설효과를 거의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전략변화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증설효과로 삼성전자의 D램시장 점유율과 기존 고객사를 빼앗아 실적개선에 예상보다 큰 성과를 낼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시설 투자를 3D낸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D램 호황기가 더욱 길어지며 SK하이닉스의 실적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법인에 1조1천억 원, 계열사인 SK차이나에 2519억 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D램 생산공장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