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우려와 관련해 상속·이농·고령 등에 따른 관행적 임대차와 휴경은 처분 대상이 아니라며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이용과 구분해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송 장관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과 국민들께 드리는 글'에서 "잘못 알려진 사항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한 오해가 재생산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사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번 조사가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분산된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농지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관행화된 위반은 계도·시정 조치하고, 투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한다. 구체적으로 상속·이농·고령 등을 이유로 이뤄지는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은 처분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농지 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농업용·체험·가공시설 등에 대해서도 사후 전용을 통한 양성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당정협의에서도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처분하되 농촌의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반면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영농 의사 없이 경매 등으로 농지 일부 지분을 취득한 뒤 방치·임대한 경우, 농업법인 명의로 농지를 취득해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등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 같은 경우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소명 기회를 준 뒤 처분명령을 내리며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최근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순방 중이던 24일 X를 통해 "농지 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 활용을 위해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조사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농사를 짓다가 고령으로 경작하지 못하게 된 경우나 상속받은 농지는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이재명 대통령의 '실거주 집착'이 이제 '실경작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처럼 의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전하며 정부가 소수의 투기 행위를 잡기 위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의원들의 우려에 같은 취지로 답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농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면서 전수조사하겠다고 질러놓고 이제 반발이 너무 심하니까 조사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투기 의혹도 거론하며 정부가 개별적인 위반 행위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서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농지 처분명령이 기존 재량에서 의무사항으로 강화되면서 현장의 불안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고령농이고 농사도 힘든데 땅도 안 팔린다며 지금 정부에 대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며 "투기와 무관한 선의의 고령 농가들의 시름이 높고, 호남의 농심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전수조사라는 말을 빼야 한다. 농촌의 '농지 투기 조사'라고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에 송 장관은 고령이나 상속·이농에 따른 휴경과 관행적 임대차 등 불가피한 사정에서 비롯된 위반은 처벌이나 단속 대상이 아니라며 투기 행위와 구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정부는 올해 5월18일부터 1996년 1월1일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정보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에서 7월29일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 헥타르, 1013만 필지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이 가운데 27.0%인 284만 필지가 소유 제한 위반이나 불법 임대차·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로 분류됐다.

284만 필지는 농지법 위반이 확정된 농지가 아니라 현장 확인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된 규모다.

송 장관은 농지조사를 마무리하기 전 국회와 협력해 연내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내년에는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 확대와 실경작자 권리 보호, 상속·고령농 소유 농지의 매입 확대 등 농지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