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에 촬영된 고운사 사찰림 복원 경과 모습. 산불 직후와 달리 녹음이 우거져 있다. <그린피스>
22일 그린피스는 유엔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의 날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이 발족되며 지정된 기념일로 생태계 붕괴의 위험성과 보존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운사 사찰림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경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으로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산불에 전체 면적의 97%가 피해를 입었다.
그린피스는 불교환경연대, 안동환경운동연합 등과 협업해 지난 1년 동안 사찰림 자연복원 경과를 모니터링해왔다. 자연복원이란 인위적 조림이나 토목 작업을 지양하고 외래종 침입 방지 같은 최소한의 보호 조치만 하는 걸 말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의 76.6%에서 자연복원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위성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내 ’정규화 식생 지수(NDVI)‘는 산불 직후 0.14였는데 18일 기준 0.516까지 회복됐다. 정규화 식생 지수는 원격 탐사 데이터를 활용해 지표면의 식물 분포와 활력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녹음이 더 우거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린피스는 자연복원 과정에서 이전 사찰림이 그동안 소나무 비중이 높았던 형태였는데 참나무류가 다량 섞이며 자연보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소나무 비중은 기존 58.58%에서 0.58%로 대폭 줄었고 약 87%가 참나무류로 채워졌다. 소나무가 가진 송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다량 함유돼 있어 산불에 더 취약하다.
산불 직전 고운사 사찰림은 소나무로 구성돼 있어 면적의 절반가량이 나무 꼭대기까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과거 정부 주도로 진행된 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척박한 토양에서 생존력이 높은 소나무가 대량 식재됐었는데 기후변화로 산불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도 커진 것이다.
자연복원으로 좀 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면서 토양 침식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직후 사찰림의 토양 침식 평균값은 51.1%였는데 현재 10.8%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지는 산불과 산사태 모두에 더 강해진 숲 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규승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산불 직후 진단을 통해 자연복원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이라면 인위적 개입보다 자연 회복에 맡기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이번 1년간의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고운사 사찰림 복원 경과는 글로벌 학계에서 나온 결과와도 결을 같이 한다”며 “해외의 많은 연구들이 자연복원이 비용을 덜 쓰면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