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인공지능 투자 확대는 주주에게 역효과 분석,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여력 감소"  

▲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논에 위치한 33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에서 4월14일 조명이 켜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기술 대기업(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조가 주주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는 증권사 분석이 나왔다. 

많은 빅테크 기업은 그동안 배당금을 지급하고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는데 이러한 정책이 인공지능 투자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각) 투자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빅테크의 인공지능 투자 확대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아마존 등 빅테크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2 가까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1분기에 약 151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사주를 매입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매입을 진행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약 4년째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메타도 최근 두 개 분기 연속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았다. 

빅테크는 자본지출 대부분을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쓰고 있는데 이를 위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빅테크가 지난해보다 83% 증가한 7550억 달러(약 1100조 원)를 자본지출(CAPEX)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은 현재 전체 지출의 2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쓰고 있다”며 “2017년~2022년 평균인 34%와 비교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주가 안정 또는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유통 시장에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이다. 주식 수를 줄여 회사의 주가 하락을 방어하거나 주가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자사주 매입은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 주는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공지능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빅테크가 이 이러한 정책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 시각이 나온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도 빅테크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인공지능 수요 증가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부품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부품 가격 상승” 영향을 직접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빅테크가 자본지출 증가율을 유지한다면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약 1조4천억 달러(약 2천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현금흐름만으로 투자 재원을 충당하기 어려워 수천억 달러 규모 추가 차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