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이사회 멤버로 법률·재무보다 기술 전문가 더 늘린다, 해킹 여파 딛고 통신·AI 사업 강화에 방점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왼쪽)과 한명진 SK텔레콤 통신 CIC장이 31일 SK텔레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 SK텔레콤 >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이사회를 재무통 중심에서 통신과 인공지능(AI) 등 기술통 중심으로 재편한다.

사내이사를 통신 전문가로 교체하고, 정보보호와 AI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 신규 선임를 통해 지난해 해킹 사고로 약화된 이동통신 시장 지위를 회복하고, 미래 성장 축인 AI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원을 크게 개편한다. 

SK텔레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5명을 신규 선임하고, 기존 사외이사 1명을 재선임한다.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 이상이 교체되는 만큼 이번 재편은 단순한 인적 교체를 넘어 이사회의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사내이사 진용이다. 

유영상 전 SK텔레콤 사장과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기존 2명의 사내이사 대신 새로 사령탑에 오른 정재헌 SK텔레콤 사장과 한명진 SK텔레콤 MNO(이동통신) CIC장이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MNO CIC는 지난해 11월 AI CIC와 함께 신설된 사내회사 형태의 조직으로 SK텔레콤의 통신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한명진 CIC장은 SK텔레콤에서 글로벌 사업개발과 통신 전략을 수행하고, SK스퀘어에서 투자와 경영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 본업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명진 CIC장은 통신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조인 출신인 정재헌 사장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통신사업 분야 경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이사 구성이 재무 중심에서 통신 사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과 맞물려 기타비상무이사도 강동수 SK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 대신 윤풍영 수펙스추구협의회 담당 사장이 새롭게 합류한다.

윤풍영 사장은 SK텔레콤과 SK AX 등을 거치며 통신과 AI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윤 사장은 통신 사업의 성장과 SK그룹과의 시너지 확대를 통해 AI 사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외이사진도 AI와 거버넌스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혜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재선임되며, 이사회 내 AI 전문성을 이어간다.

오 교수는 자연어 처리 등 AI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쌓아온 학자로, KAIST 인공지능연구원 원장과 인공지능통합연구센터 소장을 지냈다. 현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글로벌협력분과장을 맡고 있어 정부·학계·기업 전반에서 AI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인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과 김문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후임으로는 개인정보규제심사위원장을 지낸 이성엽 고려대 교수를 신규 선임해 AI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보보호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투자자문 및 자산운용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재무 전문가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한다.
 
SK텔레콤 이사회 멤버로 법률·재무보다 기술 전문가 더 늘린다, 해킹 여파 딛고 통신·AI 사업 강화에 방점

▲ SK텔레콤은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혜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왼쪽)를 사외이사에 재선임하고, 이성엽 고려대 교수(가운데)와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오른쪽)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한다. <한국과학기술원·고려대·성균관대>

이같은 이사회 구성원 재편은 SK텔레콤이 본업 경쟁력 회복과 신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신사업을 총괄하는 MNO CIC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에 포함시킨 것은 이사회 차원에서 통신 경쟁력 회복과 AI 사업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을 겪으며 무선시장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는 등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 

통신 품질과 가입자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의 통신 전문성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통신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AI 사업이 부상하면서 SK텔레콤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울산에서는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재헌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주주서한에서 ‘통신은 생산성 중심의 체질 개선과 고객가치 혁신, AI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 사장은 “(통신)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AI를 접목해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본원적 경쟁력을 축적해가겠다”며 “AI 자산이 사업 기회로 진화할 가능성도 면밀히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