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CJ제일제당 '담합' 이제는 안 보고 싶다, 윤석환 '뼈 깎는 쇄신' 정말 필요할 때

▲ CJ제일제당이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가격 담합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비즈니스포스트] 2006년과 2007년, 그리고 2026년. CJ제일제당이 기억해야 할 연도들이다.

2006년 CJ제일제당은 밀가루 가격을 담합하다가 과징금과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았다. 2007년에는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을 물었다.

그리고 올해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자마자 밀가루 가격 담합도 공정거래위원회 심의에 들어갔다. 전분당 가격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궁지에 몰린 CJ제일제당에게도 변명은 있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구성원들이 성과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담합의 유혹이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다. 승진에서 밀려 짐을 싸거나 연봉이 오르지 않게 되느니 눈 딱 감고 다른 회사 관계자에게 연락해 숫자를 맞추는 것이 더 편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특히나 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등 소재식품 영업을 맡고 있다면 선택지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 시장 성장은 제한됐고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익률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 한들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담합은 특정 직원들의 일탈이 결코 아니다. 20년이라는 세월을 중간에 두고 담합이 반복 적발된 데는 구조적 결함도 있을 테다.

가장 큰 문제는 과징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던 점으로 보인다. 2006년 밀가루 가격 담합 당시 과징금은 8개 회사를 합쳐 434억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과징금보다 클 것이라는 계산이 섰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12일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은 모두 4083억 원,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의 몫은 1506억8900만 원이다.
 
[기자의눈] CJ제일제당 '담합' 이제는 안 보고 싶다, 윤석환 '뼈 깎는 쇄신' 정말 필요할 때

▲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가 담합과 관련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이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역대 과징금 가운데 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사업자 당 평균 부과금액 기준으로는 최대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회계적으로 이미 각오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일부를 2025년 충당부채로 미리 반영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록한 순손실 6579억 원에 이러한 비용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공정위에서 심의하고 있는 밀가루 가격 담합까지 과징금을 물게 되면 재무에 추가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가격 담합 사태에 따라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가격 등을 줄줄이 인하한 까닭에 당분간 실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하지만 숫자보다도 더 무거운 것은 국민의 신뢰다. CJ제일제당은 국내 1등 식품기업으로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커다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과징금은 한 회계연도의 비용 처리로 마무리될 수 있어도 기업의 평판이라는 것은 무형의 손실로 오래도록 남는다.

윤석환 대표이사는 이달 첫 연간 순손실의 충격 속에 배포한 최고경영자 메시지에서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위기상황으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사업구조 최적화와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 조직문화 재건 등을 통한 생존을 주문했다.

체질 개선은 분명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와 사업 구조에만 머물면 안 된다. 담합을 과거 한 때의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하겠다는 의지가 CJ제일제당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공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좋은 CEO’가 되기보다 ‘이기는 CEO’가 되겠다고 선언한 윤석환 대표. 시장의 신뢰라는 자산을 되찾는 것 또한 그의 과제로 놓였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