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을 노린다.
정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거점을 확대, 중동 자동차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이 중동 거점으로 낙점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생산공장을 보유한 자동차 기업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지역 첫 현대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거점을 확보,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2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인 도요타와 격차를 빠르게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현지시각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생산공장 현장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위한 미국 출장에 이어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 것만 봐도 정 회장이 중동 시장 개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 공장은 현대차가 30%,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5억 달러(7162억 원) 이상을 투자해 건설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202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공장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면 아직 의미 있는 생산시설을 구축한 곳이 없다. 정 회장은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생산 체제 구축에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가 전기차만 만드는 것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시에 생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생산 능력은 연간 5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83만7100대다. 2023년보다 7.4%가 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고, 지난 8년 사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우디 시장 점유율을 보면 도요타가 약 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가 14%로 2위, 기아가 5%로 3위에 올랐다.
도요타와 시장 점유율 차이가 큰 상황이지만, 판매 증가율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도요타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 판매량은 2023년과 비교해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차는 6.7%, 기아는 26.6%가 증가했다.
베스트셀링카 톱10에도 현대차 모델 2대와 기아 모델 1대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엑센트가 3위, 엘란트라가 5위를 차지했고, 기아 페가스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량을 보면 2023년보다 엑센트는 27%, 페가스는 22%가 늘었다.
사우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을 내세우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연구 발표들을 종합하면, 현지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2023년 12월 사우디가 포함된 걸프협력이사회(GCC)와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맺었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거나 감축키로 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도 상당수 철폐된다. 다만 승용차 관세를 15~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한 만큼 그 전까지는 현지 생산 공장이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정 회장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 회장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에 성공했다.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는 당시 중동 건설 붐의 시작을 알린 대형 프로젝트로도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젝트로 중동 신화로까지 불리는 성공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공장은 2026년 4분기부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주바일 산업항 건설을 수주한 지 정확히 50년 후에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윤인선 기자
정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거점을 확대, 중동 자동차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이 중동 거점으로 낙점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생산공장을 보유한 자동차 기업이 없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중동 시장 1위를 노린다. 사진은 정 회장이 올해 3월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지역 첫 현대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거점을 확보, 중동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2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인 도요타와 격차를 빠르게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현지시각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생산공장 현장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위한 미국 출장에 이어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 것만 봐도 정 회장이 중동 시장 개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 공장은 현대차가 30%,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5억 달러(7162억 원) 이상을 투자해 건설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202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공장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면 아직 의미 있는 생산시설을 구축한 곳이 없다. 정 회장은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생산 체제 구축에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가 전기차만 만드는 것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시에 생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생산 능력은 연간 5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83만7100대다. 2023년보다 7.4%가 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고, 지난 8년 사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우디 시장 점유율을 보면 도요타가 약 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가 14%로 2위, 기아가 5%로 3위에 올랐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현지시각 지난 26일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도요타와 시장 점유율 차이가 큰 상황이지만, 판매 증가율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도요타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 판매량은 2023년과 비교해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차는 6.7%, 기아는 26.6%가 증가했다.
베스트셀링카 톱10에도 현대차 모델 2대와 기아 모델 1대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엑센트가 3위, 엘란트라가 5위를 차지했고, 기아 페가스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량을 보면 2023년보다 엑센트는 27%, 페가스는 22%가 늘었다.
사우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을 내세우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연구 발표들을 종합하면, 현지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2023년 12월 사우디가 포함된 걸프협력이사회(GCC)와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맺었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거나 감축키로 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도 상당수 철폐된다. 다만 승용차 관세를 15~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한 만큼 그 전까지는 현지 생산 공장이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정 회장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 회장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에 성공했다. 주바일 산업항 건설 수주는 당시 중동 건설 붐의 시작을 알린 대형 프로젝트로도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젝트로 중동 신화로까지 불리는 성공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공장은 2026년 4분기부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주바일 산업항 건설을 수주한 지 정확히 50년 후에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윤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