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앞서 '광고 동맹' 가동, 최주희 넷플릭스의 OTT 광고 싹쓸이 견제 승부수

▲ 티빙이 웨이브와 통합 광고 플랫폼을 선보인다. 사진은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2024년 3월12일 열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ENM 사옥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티빙>

[비즈니스포스트] 티빙과 웨이브가 광고판을 흔들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통합 광고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광고 단가까지 확 낮췄다. 두 플랫폼 이용자를 한 번에 공략할 수 있게 되면서, 광고주에게는 ‘가성비 채널’이 열린 셈이다.

넷플릭스가 잠식해가던 광고시장을 겨냥한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빠르게 쏠리는 광고 수요를 되찾기 위해 광고주에게 ‘파격 혜택’을 내걸었다는 주장이다.

24일 콘텐츠 업계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OTT 광고 예산이 넷플릭스로 집중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본력에 콘텐츠 경쟁력을 더하며 국내 OTT 생태계를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다. 최근 SBS 콘텐츠까지 독점하며 광고주들의 선택지를 더욱 좁혔다. 광고형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자체 광고 플랫폼 ‘넷플릭스 애즈 스위트’까지 구축하며 광고 인프라까지 직접 통제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457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티빙은 757만 명, 웨이브는 430만 명으로 두 곳을 합쳐도 넷플릭스에 미치지 못한다.

OTT 플랫폼의 수익 구조는 크게 구독매출, 유통매출, 광고매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유통매출은 보유하거나 매입한 콘텐츠의 사용 권리를 제3자에게 제공해 발생하는 기업 간 거래(B2B)형 수익 구조다. 고정 수익이 아닌 데다 콘텐츠 확보에 상당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실제 티빙은 유통매출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티빙의 판권 취득원가는 6464억 원으로 2023년보다 43.4% 증가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인 결과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 티빙의 지난해 누적 상각 및 손상차손은 4791억 원에 이른다. 취득원가의 74%가 회계상 가치 하락으로 반영된 셈이다. 투자 속도에 비해 회수 속도가 크게 뒤쳐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티빙의 재무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적자 폭을 점차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1192억 원, 2023년 1420억 원, 2024년 7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동성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티빙의 미지급금, 전환사채, 리스부채 총액은 3130억 원으로 2023년보다 91.9%나 증가했다. 

결국 티빙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안정적인 구독료 수익과 광고매출 확보다. 구독자 수에서 넷플릭스를 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광고 시장마저 넷플릭스에 잠식된다면 티빙의 수익 기반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최주희 대표는 합병을 앞두고 광고주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티빙은 19일 서울 압구정동 쿤스트할레에서 ‘티빙X웨이브 뉴웨이브 2025’를 열고 웨이브와 함께 넷플릭스에 맞설 통합 광고 플랫폼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광고 단가를 낮추고 판매 물량을 늘려 전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실제 티빙이 제시한 가격 인하 폭은 상당한 수준이다.

티빙은 콘텐츠 사이에 삽입되는 광고 상품 가격을 최대 40%까지 낮추기로 했다. 티빙 광고 상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된 ‘오늘의 티빙·웨이브 톱20’을 약 20%, 그 외 상품은 최대 40%까지 할인해준다.
 
티빙·웨이브 합병 앞서 '광고 동맹' 가동, 최주희 넷플릭스의 OTT 광고 싹쓸이 견제 승부수

▲ 조성현 티빙 최고사업책임자(CBO)가 19일 서울 압구정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티빙X웨이브 통합 미디어데이’에서 통합 광고 플랫폼 출범을 알리고 있다. <티빙>


‘오늘의 티빙·웨이브 톱20’은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 있는 20개 콘텐츠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광고 1천 번 노출당 3만 원이 책정됐으나 앞으로는 스킵 가능한 광고가 1만9천 원, 스킵 불가 광고는 2만5천 원으로 낮아진다.

플랫폼 통합 효과도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이 함께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면 MAU가 합쳐져 광고 도달률이 크게 늘어난다. 티빙에 따르면 중복 이용자를 제외한 합산 MAU는 1천만 명에 이른다. 규모만 놓고 보면 넷플릭스에 맞설 만한 광고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것이다.

여기에 티빙과 웨이브는 지상파, CJENM, 종편 채널 등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 중 삽입되는 OTT 전용 대체 광고는 시청자가 스킵할 수 없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조회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광고주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합병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주희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가입자 구성이 달라 겹치는 가입자는 약 30% 수준”이라며 “합병 시 콘텐츠 경쟁력과 가입자 규모 모두 급격히 커지며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2026년 말까지 요금을 동결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티빙의 지분은 지난해 기준으로 CJENM이 48.9%, KT스튜디오지니가 13.54%를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2%, KBS·MBC·SBS가 각각 19.83%를 갖고 있다. 티빙의 2대주주인 KT지니어스만 찬성하면 합병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티빙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한 만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하반기에는 이를 웃도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