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버 주식의 주가수익비율은 18.73으로 IT업계 경쟁자인 카카오의 주식보다 시장에서 훨씬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PER은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이 그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래가 밝은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는 높은 PER을 부여받고, 현재는 돈을 잘 벌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은 낮은 PER에 머물면서 ‘만년 유망주’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 수치는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로 카카오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이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고, 2024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카카오의 PER은 478.75로 네이버의 무려 25배다. 네이버가 국내 IT 공룡 경쟁사와 비교해 얼마나 ‘평가절하’ 당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로 네이버의 주식 종목토론방에서는 네이버 주가를 카카오 주가와 비교하면서 네이버 주가는 왜 오르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그렇다면 왜 시장은 네이버에 이렇게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재계에서는 네이버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AI’, 이 AI로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벌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반복되는 저평가와 시장의 냉정한 평가
네이버 주가는 2021년 7월 고점(46만5천 원)을 찍은 뒤 4년 동안 끈질기게 하락했다. 그 흐름이 바뀐 건 올해 6월이었다.
새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AI 정책, 그리고 이재명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이 선임되면서 네이버 주가가 급등했다. 한동안 10만 원대에 갇혔던 주가는 단숨에 29만 원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반등은 짧았다. 이후 주가는 다시 밀리기 시작했고, 주가는 반등과 하락을 되풀이하는 ‘박스권’에 들어섰다. 2025년 9월 기준 네이버 주가는 20만 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네이버를 바라보는 글로벌 증권사들의 시각도 냉정해졌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있다”라고 분석했는데 2025년 6월26일 네이버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조정했다. 홍콩 증권사 CLSA는 2025년 8월6일 네이버의 목표주가(30만3천 원->20만 원)와 투자의견(중립->시장수익률 하회)을 동시에 하향했다.
재미있는 점은 네이버의 실적 지표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CSLA의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가 나온 이틀 뒤인 8월8일 2025년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네이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실적발표 당일인 8월8일 네이버 주가는 오히려 전날 종가보다 2.55% 하락한 22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후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진 못했다. 9월10일 종가 기준 네이버 주가는 23만3500원이다.
◆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없는 네이버의 비전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라는 안정적 현금창출 기반을 발판으로 AI, LLM(대규모 언어모델),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로 대표되는 자체 AI 기술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이 기술력과 K-웹툰이라는 막강한 콘텐츠, 라인이라는 메신저의 파급력을 통해 일본과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로드맵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는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 전 부문의 실적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지만 이것이 네이버 AI기술력의 효과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고, 네이버의 콘텐츠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북미와 일본에서 계속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 AI기술의 BM(수익모델)은 대체로 구독형 모델,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에 집중돼있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사업 역시 이런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현재 하이퍼클로바X를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B2B AI사업 매출이 포함되어있는 네이버 엔터프라이즈부문의 매출은 2025년 2분기 기준 1541억 원으로, 네이버 전체 매출의 5.29%에 불과하다.
2025년 2분기 실적과 9월10일 종가 기준, 네이버의 포워드12PER은 19.13배로 현재 PER 18.73배보다 오히려 높다. 증권가에서 네이버의 이익 성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해진 창업주나 최수연 대표가 직접 나서 네이버의 기술력과 비전을 어떻게 수익모델로 바꿔낼 수 있을지 제대로 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중요해지는 이해진 최수연 역할, 비전을 수익모델로 번역할 수 있는 리더십
주가는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반영한다. 그리고 현재 네이버를 둘러싼 핵심 질문은 단 하나,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다.
이해진 창업주와 최수연 대표가 제시하고 있는 네이버의 확장성은 AI, 헬스케어, 핀테크, 커머스 등 매우 풍부하다. 하지만 수익화 전략과 사업모델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AI를 언제, 어떤 단계로,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등 기존 사업을 어떻게 결합해 재무 성과로 연결할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쇼핑 전문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겠다”라며 “현재 AI 구매 가이드에서 더 발전된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의 전문 세일즈 어드바이저와 같이 고객 개개인의 쇼핑을 밀착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이 기술을 통해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이 어느 정도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방향성과 구체적 로드맵이 동시에 제시될 때 시장은 그것을 그 기업의 미래 수익으로 인식한다”라며 “포워드12PER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