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세금불복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이 조 전 회장에게 물린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18일부터 진행되는 조세포탈죄와 관련한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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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 |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16일 조 전 회장이 48개 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 지정·통지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조 전 회장은 판결이 확정될 경우 2013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부과된 총 897억여 원의 세금 가운데 증여세 641억여 원, 양도소득세 223억여 원, 종합소득세 4억여 원 등 모두 869억여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이 조 전 회장의 차명계좌라고 판단한 일부 주식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조 전 회장이 문제가 된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좌 명의자들이 별도로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 등을 보관·관리해왔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 전 회장이 차명주식 배당으로 무상주를 받은 뒤 이 무상주를 양도해 올린 소득도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주주의 주식이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된 것이 1999년 이후인데 조 전 회장의 경우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해당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취소된 세금이 전부 무효될지는 미지수다.
재판부가 “과세산정이 잘못됐으니 부과할 금액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만큼 취소된 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이 다시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18일 진행되는 조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형사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조 전 회장은 임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사용해 약 10년 동안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탈세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 원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려면 납세자가 과세당국에서 부과한 세금을 내지 않고 이를 피하고자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했던 금액 가운데 상당부분이 이번 판결로 무효되면서 조 전 회장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 전 회장의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은 1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