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구체적 내용과 향후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 성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대주주나 자산가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세수감소를 가져온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던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교한 입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7월 말에 발표할 이재명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에 담을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시중의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 아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최우선 과제로 다룰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쪽은 이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번 세법 개정에는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 특히 배당 확대에 나서도록 한다면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해 왔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천만 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하지만 2천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만일 배당소득을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고액 자산가들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어들어 배당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가 장중 3200을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정부 정책의 의도가 실현된다면 주식시장은 추가 상승의 탄력을 받게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배당소득은 자본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고액 배당소득자는 대부분 자산가들인데 이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분리과세 대상 배당소득이라 할지라도 소득 구간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고액 배당소득자에게는 일반 소득세율과 유사한 수준의 세 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은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법인에서 발생한 연 2천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의 배당소득은 2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 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 27.5%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당소득이 2천만 원 이하라면 기존대로 15.4%의 세율을 부과한다.
만일 법안 내용이 현실화 된다면 3억 원 초과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도 현재와 비교해 최대 22%포인트까지 줄어들 수 있다.
배당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소액주주와 중산층 투자자에게 혜택을 집중하면서도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배당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세제를 개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배당소득의 일정 금액은 현행 2천만 원보다는 훨씬 높일 수밖에 없다.
양경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2024년 3월에 공개한 ‘배당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배당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기준선은 1억5564만원이었다.
따라서 이 의원의 법안에 따라 배당소득 세제를 개편하든,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든 대주주들의 세부담을 지금보다 낮춘다는 측면에서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국내 증시와 산업을 떠받치는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현대차 등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배당성향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기업의 핵심이 제조업 기반인 데다 업황이 주기적으로 냉온탕을 오가는 '시클리컬(Cyclical)'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반도체 업황은 주기가 짧으면 3년, 길면 5년 이상이다. 호황일 때에는 수십조 원을 벌지만 불황일 떼에는 전년 대비 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들기도 한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실물투자분석학고 교수는 7월1일 KBS 100분 토론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상장사들 가운데 배당을 많이할 수 있는 기업은 산업 내 다각화로 계열사 간 거래가 해외법인들과도 맞물려 있어 다른 형태로도 대주주 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세제를 통해 배당성향을 높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천 특별위원장. <오기형 의원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폐지된 배당소득증대 세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천 특별위원장은 100분 토론에서 "종래 한시적으로 배당을 분리과세했는데 배당이 확대된 실증적 데이터가 있는지 살펴봐야 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별도로 감세에 따른 세수감소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공지를 통해 “2025년 세제 개편안을 준비 중에 있으나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하향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 대통령이 추진할 배당소득 분리과세 입법적 과제는 '증시 부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4일 YTN 뉴스START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 유도를 위해 선택하는 정책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 어떻게 보면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서 교수는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시장이 투자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자금 조달 통로이기 때문에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