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의 강한 바람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제, 이재명 정부서 도입 장담 못해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교수 초년 시절부터 강조해온 특별사법경찰관제도 도입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정책적 숙원으로 추진하는 특별사법경찰제도가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특별사법경찰은 일반범죄(형법) 이외에 특별한 사항에 대한 범죄나 행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을 일컫는 개념으로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 제도가 꼽힌다.

정 이사장은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건강보험공단에 도입해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적발하고 적기에 이들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을 환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의사 출신임에도 사무장 병원을 단속하기 위해 이와 같은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올해 신년사에서 "연내 특별사법경찰 제도 법안 통과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도 올해 업무목표를 설정하면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의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 이사장은 앞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취임 뒤 2023년 9월 전문기자협의회와 함께 한 취임기념 간담회에서 "30대 초반 교수 시절부터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가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과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며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을 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이 이처럼 꾸준히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사무장 병원 문제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2024년 7월까지 5년간 불법행위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 금액은 1조4403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불법행위로 인해 대규모의 재정 누수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환수율은 7.56%에 불과해 아직 1조3314억 원은 환수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가장 많은 불법행위가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서 발생해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의 필요를 주장하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최근 5년간 사무장 병원 237곳이 적발됐고 이들의 부당이익은 8637억 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간을 10년으로 넓히면 2조1579억 원으로 재정누 수 금액이 늘어나지만 환수율은 7.4%에 그친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2월 관련 법안을 발의 한 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이 쉽게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로는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 꼽힌다.

의료계는 건강보험공단에 수사권한을 부여하면 동등해야할 공급자와 보험자의 관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특히 의료계는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이 도입되면 병의원 방문조사가 이뤄질 때 조사권한 이외의 부분까지 관여하면서 초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촉발된 의정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에 당분간 적극적으로 힘을 싣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기석 이사장의 오랜 정책적 바람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정 이사장은 대구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내과 과장, 성심병원 폐센터장을 거쳐 성심병원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한림대학교로 돌아와 의료원장을 맡았다.

20대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해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장 겸 코로나19 대응특보로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으로 일했으며, 2023년 7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