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과 자체설계사업을 분리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탁생산 기술력에서 선두지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영업능력을 강화하며 고객사 확보에 큰 이점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등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하는 새 반도체사업의 역량도 강화한다.
◆ 위탁생산 분할해 경쟁력 강화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자체개발과 위탁생산사업부로 분할하는 조직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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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현재 김기남 사장이 총괄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과 자체 반도체 설계사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애플 아이폰의 AP(모바일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빼앗긴 것이 이런 사업구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반도체 설계기술 유출을 우려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력상품에 자체 AP를 설계해 탑재한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개발 AP ‘엑시노스’ 시리즈의 탑재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6S에 적용된 AP는 삼성전자와 TSMC가 절반 정도의 물량을 나누어 생산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며 그 불똥이 시스템반도체로 튀었다.
전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삼성전자가 하나의 사업부에서 위탁생산과 설계사업을 모두 진행할 경우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사업부를 분할하게 되면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규모는 이전보다 대폭 확대되고 있다. 미세공정기술력의 발전으로 고객사가 빠르게 늘어나며 조직을 키워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영업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14나노와 10나노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가장 앞선 성과로 올해와 내년 퀄컴의 고성능 AP의 위탁생산을 모두 수주했다.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 그래픽반도체기업도 신규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고객사들은 모두 이전에 TSMC에 위탁생산을 맡겨왔는데 반도체 성능경쟁이 치열해지며 삼성전자의 앞선 공정기술을 선택했던 것이다.
미국 테슬라모터스도 최근 삼성전자에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과 위탁생산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성장성이 주목받는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주기반도 더 확대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요 고객사는 모두 미국업체다. 향후 조직개편이 이뤄질 경우 위탁생산사업에서 미국 본부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의 위탁생산공장에 투자를 늘려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 자체개발 반도체도 강화 필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영역이 늘어나고 전체 반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점도 사업부를 분할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하는 반도체의 적용분야가 스마트폰에 이어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기기, 자동차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개발조직을 강화하고 영역별로 세분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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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모바일AP '엑시노스'. |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가 내년에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도 선제적인 조직개편으로 사업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과 엔비디아, 인텔 등은 오래전부터 전담 연구조직을 두고 자율주행반도체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역량을 총집결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 확보에 성과를 내 주도권을 잡는다면 메모리반도체사업과 시너지를 내 ‘제2의 스마트폰’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카 분야에서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체개발 반도체는 외부 고객사 확보에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며 올해 초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고 사업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응해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제품에 중심적으로 공급하며 영업인력을 신사업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등 조직을 쇄신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남 사장은 “시스템반도체에서 아직 한국의 점유율은 5%도 되지 않지만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시스템반도체사업의 확대계획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러 대내외 악재를 맞아 연말인사를 내년으로 늦추기로 했지만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먼저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조직개편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