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율 '박스권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세를 업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조적으로, 한동훈 전 대표는 '검찰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전 대표는 현 국면에서 당장 눈앞의 지지율보다 민심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경청과 수용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지율 박스권' 갇힌 한동훈, 민심 껴안아 '윤심 김문수' '검찰 꼬리표' 넘을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혀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신간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메디치미디어 펴냄)를 출간하면서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한 전 대표의 저서는 출간 후 2주 연속 베스트셀러(교보문고 기준)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돌풍은 한 전 대표의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정계 복귀 이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때 6%를 향해 가는 듯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4%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이러한 지지율 저조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 분명치 않아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 보수 지지층은 이미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등을 돌린 상황이다. 아울러 중도층은 윤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한 전 대표에게 선뜻 마음을 열고 있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강해진 '윤심'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석방 후 그의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보수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하기 시작한 가운데, 반대로 대표적인 찬탄(탄핵 찬성)파 인물인 한 전 대표를 향한 반발은 그만큼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친윤계 후보인 김문수 장관이 지지도 조사에서 독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더라도 '윤심'이 유지된다면 한 전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8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 장관의 지지율이 본인의 지지율이라기보다는 '윤심'이 투영된 윤 대통령에 대한 그 애틋한 마음과 그게 김 장관에게 투사가 된 그런 지지율"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박스권' 갇힌 한동훈, 민심 껴안아 '윤심 김문수' '검찰 꼬리표' 넘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한 뒤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중도층에서도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과 대비되는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중도 확장력'으로 분석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 전 대표의 중도 확장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층 가운데 6%가 김 장관을, 5%가 한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중도층 내 지지율이 1%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그마저도 김 장관이 앞서고 있다.

중도 확장력이 장점이던 한 전 대표가 발목을 잡힌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역시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과 같은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층이 한 전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받은 충격 이후 검찰 출신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한 전 대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 출신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이 또 검찰 출신을 대통령으로 택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민의힘 친한계 유튜브 채널 '언더73'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뿌리(검찰 출신)가 같다는 게 제일 큰 약점"이라며 "모든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석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조한 지지율에도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큰 뜻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대중의 주목도가 '현재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쏠려있어 정확한 지지율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여론조사에서 의견 유보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침묵하는 중도층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조기 대선이 열리면 결국 어디로 어떻게 이 결집을 하느냐 그게 승패를 가를 거라고 본다"며 "민심은 미정이다. 2030도 마찬가지로 탄핵 선고 결과가 나오고 나면 몇 차례 요동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국면에서 한 전 대표와 친한계가 선택한 전략은 '경청과 수용'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피드백을 안팎으로 수용해 대선후보로서 본원적인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과 관련해서 18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토크쇼'에서 "지지율만 생각해서 움직이자니 공동체와 대한민국이 있다"며 "선택이 어렵지만 나는 계엄의 밤에 나라와 국민을 먼저 두고 선택했다. 잘 감당하고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총장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 전 대표의 극복 과제로 '검사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꼽히는 것에 대해 "한 전 대표가 최근 법률가로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한평생 복지통장 문제 등 민생 관련 얘기를 주로 한다"며 "앞으로 확실하게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것으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4년 1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성·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