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삼성전자 반도체 '토론문화 재건' 내걸어, 이건희 '실패가 기업의 재산' 정신부터](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2083851_50750.jpg)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9월15일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모습. <삼성전자>
“실패는 많이 할수록 좋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 이들이 기업에 재산이 된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30여 년 전에 한 말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 오래된 말을 소환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사내게시판을 통해 취임 후 공식 메시지로 새로운 반도체 조직문화를 당부하는 글을 남겼다.
전 부회장은 이 글에서 "직급과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술 전문가 출신 경영자로서 구원 등판한 전 부회장이 강조하는 토론문화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실패에 대한 관용"과 맞닿아 있다.
예전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 실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서로 가설을 세우고 의견을 나누면서 장단점을 토론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수치로 드러나는 효율성, 다시 말해 변화보다는 쉬운 길을 택하는 문화가 팽배해졌다고 한다.
‘기술의 삼성전자’라는 수식어보다 ‘관리의 삼성전자’가 더 부각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씨저널] 삼성전자 반도체 '토론문화 재건' 내걸어, 이건희 '실패가 기업의 재산' 정신부터](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2084023_50351.jpg)
▲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중역 200명 앞에서 훗날 '신경영 선언'으로 불리는 연설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건희 선대회장이 조선 중기 퇴계 이황의 이른바 ‘신작로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조선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아이디어와 토론문화를 장려하면서 한 말이다.
‘신작로 건의’란 오늘날의 고속도로의 개념으로 전국에 걸쳐 동서로 다섯 개, 남북으로 세 개씩 도를 만들고 집집마다 소를 두 마리씩 기를 것을 조정에 건의한 것을 일컫는다.
당시 조정의 모든 대신들은 큰 길을 내면 오랑캐가 쳐들어오기 쉽다는 이유로 한결같이 반대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두고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에 젖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늘의 삼성전자를 향한 비판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상필벌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선대회장은 말을 다루는 조련사의 사례를 들면서 현명한 경영자의 자세를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생각 좀 하고 세상을 보자’에서 “2급 조련사는 주로 회초리로 말을 때려서 길들이고, 1급 조련사는 당근과 회초리를 함께 쓰지만, 특급조련사는 회초리를 전혀 쓰지 않고 당근만 가지고 훈련시켜 훌륭한 말을 길러낸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은 ‘인센티브’를 가리켜 인간이 만든 위대한 발명 중에 하나로 꼽기도 했다.
요즘 삼성전자에는 ‘신상필벌’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경계현 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의 교체가 대표적이다.
경 전 사장은 대표이사 시절 MZ세대의 흐름에 맞춰 소통과 유연한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기조에 대해 임원진 일각에서 부정적 시선이 있었고 때마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대표에서 물러났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