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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미국 국내외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관련 정책을 축소하게 되면 향후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위험성 판정(endangerment fiding)’ 문서를 공식적으로 부인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위험성 판정이란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로 인해 향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말한다.
2009년 공식적으로 채택돼 환경보호청(EPA) 등 연방기관들이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추진하고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는 오염물질 배출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대통령직 취임 당시에 EO 14154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 행정명령을 통해 젤딘 청장에게 직접 위험성 판정 문서의 합리성과 지속적 적용 필요성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사실상 연방기관이 직접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라고 명령한 셈이다.
위험성 판정 문서가 공식적으로 부정되면 미국 정부 기관들은 기후변화를 이유로 들어 관련 규제를 수립하고 기업활동을 단속할 근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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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동 팔레스타인에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 브래드쇼 호주 플린더스대 환경역사학 교수는 이 날 더 컨버세이션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를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를 부정하려고 하는 트럼프의 행동은 더 암울한 미래를 불러올 뿐”이라며 “트럼프는 기후위기에 관한 사실을 지우려고 하고 있으며 무지를 조장해 사람들을 복종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무지를 권력으로 활용하려 하는 듯 하다”고 강조했다.
1984는 1949년에 발간된 소설로 독재자 ‘빅 브라더’가 대중들을 우민화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표현한 작품이다. 브래드쇼 교수는 사실을 통제하고 왜곡하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빅 브라더에 비유한 것이다.
같은 날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명령이 미국 국내 과학계에서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위험성 판정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하워드 프럼킨 워싱턴대 공중 보건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는 위험한 대기 오염의 원인이고 2009년에 환경보호청이 분석을 진행했을 당시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과학적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았고 오히려 지금까지 더 증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탄소 오염은 재앙적 폭염, 폭풍, 전염병 확산 등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과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위험성 판정 보고서를 부정하고 기후정책을 본격적으로 해체하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사회가 겪는 기후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킴 콥 미국 브라운대 기후과학자는 AP통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대중들의 안전에 있어 위협이라는 사실에는 부정의 여지가 일말도 없다”며 “미국 정부의 결정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고 이미 우리가 보유한 기존 인프라조차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