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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2024년 2월11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AGM) 현장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 SK네트웍스 >
AI를 통해 기존 상사, 렌탈회사에서 벗어나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신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기업 체질변화를 통해 3년 내 영업이익을 3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오너가 3세인 최성환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사업전환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81년생인 최 사장은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대표이사 회장의 아들로, SK그룹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사내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SK네트웍스의 체질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24년은 최 사장에 분주했던 한 해였다.
주력 사업부문 가운데 하나였던 SK렌터카를 지난해 8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 원에 매각했다. 스피드메이트와 트레이딩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등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SK렌터카는 2023년 SK네트웍스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담당한 ‘알짜기업’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소 의아한 거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렌터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자동차를 리스해야 하는 만큼,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이자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렌터카는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매우 큰 반면, 업종 평균 영업이익률은 9% 수준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매각함으로써 부채비율을 323%에서 174%로 대폭 낮췄다.
또 렌터카 사업에 AI를 접목하기 다소 어렵다는 점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기반 사업을 강화하는 데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SK네트웍스 신년 간담회에서 성장을 위한 3가지 키워드로 AI, 글로벌, 운영개선(O/I)을 꼽았다.
또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 현장을 찾아 AI 데이터센터 콘셉트로 꾸려진 SK그룹의 전시관을 돌아보고, 삼성전자 부스에서 ‘홈 AI’가 적용된 가전제품을 살피는 등 최신 AI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오른쪽)과 에반 치아 선웨이 디지털·전략투자 CEO가 2024년 10월22일 SK네트웍스와 선웨이그룹의 업무협약 기념식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네트웍스 >
지난해 8월 AI, 로보틱스 분야에 투자하는 ‘알파 인텔리전스 펀드’에 3천만 달러(약 408억 원)를 투자했다. 추가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주요 투자자들과 협력해 AI, 로봇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SK그룹의 첫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등 광범위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투자 기업과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SK네트웍스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AI 스타트업 ‘피닉스랩’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는 생성형 AI 챗봇 ‘케이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피닉스랩 측은 케이론이 신약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여 국내 제약산업에서 단순 검색으로 낭비되는 약 5400억 원의 비용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업 중심 축을 종합상사에서 렌털을 거쳐 AI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워커힐 호텔은 로비와 레스토랑에 ‘가이드 AI 로봇’ 배치를 확대하고 있고, 투숙객에 1대1 맞춤 영양제 패키지를 제공하는 ‘AI 헬스케어 파일럿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스피드메이트는 독일 자동차 데이터기업 DAT와 협력해 ‘AI 자동 견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SK매직은 펫케어, 실버케어, 헬스케어 분야의 AI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기업 선웨이그룹과 SK매직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AI 시스템을 구축·개발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26년 영업이익 목표를 2023년의 3배 수준으로 제시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AI 전략과 주요 사업 혁신 방향성을 소개하며 “보유 사업에 AI를 접목해 더 많은 사람들이 AI 관련 혜택을 누리게 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창출하겠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