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각)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SKC의 유리기판 전문 계열사 앱솔릭스가 올해 상반기 유리기판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유리기판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유리는 깨지기 쉬운 만큼 가공 난이도가 매우 높아 상용화까지는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반도체 기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상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선제적으로 올해 상반기 유리기판을 상용화하고, 하반기에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그룹 부스에서 유리기판을 전시했는데, 최태원 회장이 8일(현지시각)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최 회장은 SK그룹 부스를 방문하기 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던 만큼, 엔비디아를 유리기판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뜻으로 일각에선 해석하고 있다.
이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엔비디아와 끈끈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SK그룹이 유리 기판에서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앱솔릭스는 현재 고객사 유리기판 샘플 시생산을 위해 소규모 양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2025년 하반기 대규모 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2026년엔 유리기판 매출이 3151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리기판은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기존 플라스틱 소재보다 더 딱딱한 만큼 휘어짐에 강해 대면적 기판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AI 열풍으로, 하나의 기판 위에 올라가는 반도체가 증가하면서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기판 크기는 계속 커지고 있다.
또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평평해 더욱 세밀한 회로를 새기는 것이 가능하다.
▲ SKC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전시한 반도체 유리기판. < SKC >
다만 SKC 대비 상업화 예상 시점은 다소 뒤처진 편이다.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을 최근 구축했고, 2025년 고객사 샘플 프로모션을 통해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한다 해도 SKC보다 1~2년 양산이 늦는 셈이다.
LG이노텍도 올해 말부터 유리기판 시양산(시제품 양산)을 시작해, 빨라도 2026년은 돼야 양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리기판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LG이노텍도 늦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5년 2300만 달러(약 311억 원)에서 2034년 42억 달러(약 5조6826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리는 깨지기 쉬워, 가공을 할 때 미세 균열이나 흠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율(완성품 비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리 강도를 높이고 유리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유리는 유착력(결합해 떨어지지 않는 힘)이 약해서 그 위에 반도체를 쌓아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닝’ 등 유리 제조업체와 협력도 필수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유리기판 샘플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 4~5개 정도 있다”며 “문제는 서버용 반도체 수준의 칩을 유리 위에 쌓아도 깨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인데, 기술적 난이도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