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법안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재발의한 내란특검법안과 김건희특검법안에 더해 채상병특검법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명분을 더욱 공고히 쌓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박정훈 전 대령의 무죄에 환영 논평을 내놓으며 특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던 박정훈 전 대령이 항명죄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것은 진실의 승리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한 사병의 죽음을 묻어버리려 했는지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박정훈 전 대령이 2024년 7월19일 수해 피해지역을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의 사망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항명혐의를 받은 일을 말한다.
특히 수사결과를 경찰에 넘기려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뒤 이첩 보류 및 회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혐의 대상자의 축소가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채상병특검법안(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등에 관한 법률안)을 21대 국회에서 1차례, 22대 국회에서 2차례 발의했지만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재표결에 부쳐진 뒤 부결된 바 있다.
그 뒤 채상병특검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혐의에 따른 탄핵소추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박 전 대령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서면 논평에서 "박 전 대령의 무죄 선고는 국민이 기다렸던 판결이며 부당한 수사외압의 증거다"며 "여야 정당에 채상병특검법을 조속히 발의하여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최근 논평에서 "나라를 지키겠다고 입대한 채 상병을 지켜주지 못한 자들의 책임을 묻겠다는데 이를 막고 숨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이 이제 처벌 받을 시간이다"며 "채상병특검법안을 막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내란특검법안과 김건희특검법안을 재발의했는데 채상병특검법안도 함께 밀고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쌍특검법에 이어 이른바 '트리플 특검법'으로 대여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야당은 내란특검법안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던 대로 특별검사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제3자 추천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2024년 7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손을 들고 발언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특별검사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물러나면서 여당 중심의 발의는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내란특검법안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발의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반대하기에 궁색해지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9일 박 전 대령의 무죄선고 직후 "채상병 순직사건 항명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령이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수사외압과 관련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조속히 시행하고 채상병 특검법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이 바뀌면서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과 관련된 수사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도 채상병특검법의 필요한 이유로 제시된다.
박 전 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7개월 이상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자신들도 외압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변호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수처장이 바뀌고 난 뒤부터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이 7~8개월 동안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과 관련한 수사가 느려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외압을 작용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특별검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