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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외국인 임원의 무덤' 오명 벗을까

이명관 기자 froggen@businesspost.co.kr 2014-08-18  20: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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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외국인 임원의 무덤' 오명 벗을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이다. 매출의 90% 정도가 해외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부진에 3분기 전망조차 불투명해지면서 비상경영에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는 워크숍 등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내부반성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부반성의 항목에 단골로 들었는 것 중 하나는 "삼성이 인재 관점에서도 과연 글로벌기업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삼성전자는 흔히 ‘외국인 임원의 무덤’이라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10년 전 ‘천재 경영론’을 내세운 뒤 삼성전자는 세계를 무대로 인재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외국인 인재들이 ‘글로벌 삼성전자’에서 배겨내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잦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애플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남자의 비중이 너무 높고 백인들이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혁신이 나올 수 없다고 팀 쿡은 강조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인재와 관련해 글로벌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현재의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재용체제 들어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창의적 조직문화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방향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원의 무덤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군대식 조직문화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체제에서 글로벌 삼성전자답게 글로벌한 인재정책이 발휘될 수 있을까?

◆ 떠나는 외국인 인재들

삼성전자는 해외 핵심인재 영입에 힘을 쏟아왔다. 삼성전자 인재개발 담당 직원들은 외국인 핵심인재 채용을 위해 일년의 절반 가량을 해외서 보낸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능력만 있으면 국적과 출신에 상관없이 모두 채용하라”고 인재경영을 강조한 데 뿌리를 둔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모여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외국인 인재 현황을 보면 그동안 영입한 외국인 인재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 본사의 외국인 임원은 46명이다. 본사의 전체 임원 수가 1200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4%도 채 안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중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비중은 66.5%다. 이를 놓고 볼 때 외국인 임원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외국인 인재 영입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영입해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나가는 탓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인재영입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지만 들어온 사람들이 계약기간인 2년에서 3년을 못 채우고 나간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지난 5월26일 삼성전자 인도법인을 이끌던 비넷 타네자가 떠났다. 그는 인도의 스마트폰 제조사 마이크로맥스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인도에서 마이크로맥스에게 휴대폰 부문 1위 자리를 내준 터라 그의 이직은 더 뼈아파 보인다.

또 지난 4월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5명에 이르는 임원이 대거 자리를 옮겼다. 모바일기기 기술담당 센슈 매드하바페디, 갤럭시 기어 및 태블릿 마케팅담당 난다 라마찬드란, 영업담당 마이크 페닝턴, 유통 및 채널 마케팅담당 케트리나 더나간 등이다.

이들 가운데 난다 라마찬드란은 구글 영업총괄 책임자, 도나 서니는 애플 인사담당자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에 캐빈 패킹엄 최고제품책임자가, 2012년에 디자인담당 임직원 10여 명이 대거 삼성전자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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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패킹엄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지난 2012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2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갤럭시 노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외국인 임원 무덤된 이유는?

외국인 임원들은 왜 삼성전자를 떠나는 것일까?

삼성전자는 외국인 인재들이 떠날 때마다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삼성전자 특유의 조직문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삼성전자는 ‘군대조직’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직문화가 경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책임자가 한번 결정하면 별다른 토론없이 즉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외국계 IT기업 임원은 “아직까지 삼성전자 임원의 상당수가 한국인이기에 이들과 어우러지는데 문화적 차이 커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포브스 코리아는 “서양은 능력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이는데 한국은 CEO 한 사람의 의견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오너경영 체제”라며 “이런 점은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에서 5년 동안 일했던 한 외국인은 “한국직원들은 뛰어난 능력을 업무에 쏟지 않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데 치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도 외국인 인재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임원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가능성이 낮은 점도 삼성전자를 떠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인재들은 한국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최초의 외국인 부사장이 탄생한 것은 삼성전자가 인재경영에 들어가고 10년이 지난 2012년이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부사장으로 팀 백스터가 선임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전자 출신의 몸값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인재들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한다. 삼성전자의 근무 경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이직한다는 것이다.

실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도 꼽힌다. 한국에이온휴잇의 한 컨설턴트는 “외국인 임원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앞선 것들을 얘기해주는 사람”이라며 “기업이 조급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만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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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7일 출국 96일만에 김포공항 귀국장에 발을 들였다.

◆ 이건희의 인재에 대한 집착

"1명의 천재가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건희 회장이 2003년 제시한 천재경영론이다. 이 회장이 말하는 천재는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효율적으로 하고 창의력도 갖춘 사람이다.

이 회장을 두고 인재발굴에 거의 집착에 가깝다고 재계는 평가한다. 이 회장의 고교 동창인 홍사덕 전 국회의원은 “이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람에 대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글로벌 안목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외국인 인재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래서 1997년 신설된 조직이 미래전략그룹(GSG)이다.

이 회장은 당시 “우리에게 신선한 시각으로 최신 정보와 트렌드를 알려주는 수준 높은 외국인 인재가 필요하다”며 “그들을 끌어모아 사업을 돕게 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리더로 키우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지역전문가와 현장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30일 발표한 2014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지역전문가 제도와 현장전문가 제도를 통해 배출한 글로벌 인재는 5600여 명에 이른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다. 지역전문가로 선발되면 최대 2년까지 해당지역에 파견나가 그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데 전념하게 된다.

이 제도는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삼성전자가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등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인사제도로 자리잡았다.

현장전문가 제도는 2005년 더 많은 수의 인재를 각 지역에 파견해야 할 필요에 따라 도입됐다. 삼성전자는 “현장전문가 제도는 해외법인을 적기에 지원하는 한편 주재원으로서 역량을 미리 검증해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해외 유명 대학교를 대상으로 테크포럼도 연다. 유능한 인재발굴을 위해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다. 채용이 확정되면 ‘글로벌 헬프데스크’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채용이 확정된 인원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비자발급부터 은행업무에 동행하고 일상적인 부문에 대한 통역까지 지원한다.

◆ 팀 쿡 “인재의 다양성이 혁신을 만든다”

"우리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처럼 조직원들의 다양성을 위해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직원들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전체 직원 중 백인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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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애플 전체 직원의 남녀 직원 성비는 70대 30 수준이었다. 또 애플은 백인이 5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아시아계가 15%, 히스패닉이 11%, 흑인이 7% 순이었다.

다양성은 창의성을 추구하는 굴지의 글로벌 IT기업들에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팀 쿡 CEO는 이런 점을 인식하고 다양성을 갖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외부인사 영입과 함께 여성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지난해 말 있었던 임원인사에서 경력 입사자의 승진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굴지의 글로벌 IT기업과 인재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첫 손에 꼽히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굴지의 글로벌 IT기업들이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링크드인이 지난 해 10월 세계 직장인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구글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애플,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 4위는 페이스북이었다.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8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굴지의 IT기업을 가르는 요소는 ‘자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굴지의 IT기업들은 업무를 직원들의 자율에 맡기고 감시와 통제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을 끌어낸다. 이런 조직문화가 오랜 시간을 거쳐 굳게 뿌리내리고 있기에 혁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화이트 보드에 직원들이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적어 놓으면 그것이 사업화 되는 경우가 많다. 열기구에 와이파이를 연결해 띄워 세계를 인터넷이 가능하게 한다는 사업계획도 그런 사례다. 구글의 한 직원이 열기구를 타다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 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인재들은 이런 점 때문에 굴지의 IT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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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10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삼성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

◆ 창의적 조직문화 만드려는 이재용체제


이재용체제 들어 삼성의 조직문화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수원사업장에 한해 공휴일 근무 때 모든 사원에게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자율출퇴근제를 확대실시했다. 자율출퇴근제는 하루 4시간 이상, 주당 40시간만 근무하기만 하면 되는 유연근무제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변화를 놓고 “직원들이 유연하고 창의적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자이크’라는 시스템도 시행하고 있다. 모자이크는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인데 지난 7월1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자이크는 임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를 구체화하고 실행시킬수 있도록 다른 직원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삼성전자 조직문화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수직계열화로 성공한 제조기업”이라며 “유연함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맞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조직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한번 굳어진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기존 삼성전자 조직문화에 대한 불편한 인식은 이제 신입사원 선발에서도 굳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대학생 1천여 명을 상대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삼성은 2위로 밀려났다. 10년 만에 1위 자리를 대한항공에 내줬다.

인크루트는 “삼성은 업무강도가 센 직장으로 연봉이 높은 만큼 다른 곳보다 더 장시간 격무에 시달린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순위가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로 이직한 한 직원은 비효율적 업무에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말한다. 쓸데없이 문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그날 나온 문서를 분쇄기가 넣느라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두고 그동안 애플과 같은 혁신을 할 수 없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스마트폰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애플과 같은 혁신적 DNA를 조직문화에 심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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