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2-02 15: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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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11월6일 파트너사 초청 간담회인 ‘2025 롯데마트&롯데슈퍼 파트너스데이’(파트너스데이)를 개최했다. 강성현 롯데마트·롯데슈퍼 대표이사(왼쪽 세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
[비즈니스포스트]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을 향한 그룹 안팎의 신뢰가 두터워 보인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의 실적을 반등시킨 공로로 롯데슈퍼 대표까지 겸임하고 있는데 두 곳을 통합 운영하면서도 적잖은 성과를 내며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과 식료품 전문매장 운영, 플래그십 매장 운영 등에서 성과를 낸 것을 인정받고 있는데 앞으로 소비경기 침체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3번째 임기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강성현 대표가 최근 실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되면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경영의 공로를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성현 대표가 롯데마트 지휘봉을 잡은 시기는 2020년 11월 말이다. 이제 만 4년이 지났다.
강 대표 이전에 롯데마트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들과 비교하면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문영표 전 대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년, 김종인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 일했다.
강 대표가 롯데쇼핑 이사회 규정상 임기를 2년 더 보장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10년 사이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게 되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강 대표가 그의 재임 기간 보여줬던 성과를 이어나간다면 롯데마트 역사상 최장수 CEO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의 역대 최장수 CEO는 2007년 2월부터 2014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노병용 전 대표다. 강 대표가 노 전 대표를 넘어서는 최장수 CEO가 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일해야 하지만 그가 보여줬던 성과라면 가능하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강 대표가 수 년 동안 그룹 차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통업계 불황 속에서 실행한 효과적 경영전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많다.
강 대표는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롯데마트 대표로 정식 선임된 뒤 비용 효율화 작업을 추진했다.
강 대표는 희망퇴직, 비효율 점포 폐점 등을 통해 군살을 뺐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 지급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며 부임 첫해인 2021년에는 영업손실 320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본격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점포 재단장과 특화 매장 설립이 강 대표의 대표 전략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특화 매장으로는 미래형 점포라고 강조하는 플래그십 매장 ‘제타플렉스’, 식료품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 등이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식료품 전문 매장인 그랑그로서리는 내식 수요 증가로 신선식품의 매출 증가 트렌드가 이어지며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3분기 국내 할인점사업부 실적이 후퇴했지만 리뉴얼 점포 매출은 5.6% 증가했다.
강 대표는 2023년 12월 은평구에 식료품이 90%를 차지하는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를 개장한 데 이어 최근 서울 도곡동에 롯데슈퍼 그랑그로서리를 개장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에 따라 외식이 줄어들고 식료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그랑그로서리의 고객 반응도 매우 좋은 상태”라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롯데마트의 해외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베트남에 16개, 인도네시아에 4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센터점을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새롭게 단장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점포 확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대표 체제에서 해외 사업의 기여도가 높아진 점은 롯데쇼핑의 기업설명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 롯데마트가 2023년 12월28일 서울 은평구 은평점을 그로서리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로 재단장해 문을 열었다. 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모습. <롯데마트>
롯데쇼핑은 2023년 4분기부터 IR자료에서 해외 사업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별도로 구성해 표기했다. 롯데쇼핑이 해외 사업을 점점 더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사업의 중요성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분기에서는 해외 사업의 영업이익이 국내 영업이익을 초과하기도 했다. 국내 사업에서 까먹은 실적을 해외 사업이 채웠다는 얘기다.
실제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62억 원을 냈다. 국내에서 25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나 해외사업에서 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적자폭을 축소할 수 있었다.
강 대표가 2연임에 성공한 것은 이런 성과들을 두루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파악되는데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국내 소비경기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서 롯데쇼핑의 국내 할인점사업부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국내 할인점사업부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4296억 원, 영업이익 47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강 대표가 추진한 여러 사업 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정체돼 있다는 점도 롯데마트가 안고 있는 고민으로 여겨진다. 대표적 사례로 ‘제타플렉스’와 ‘롯데마트맥스’를 꼽을 수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특화 매장인 제타플렉스를 두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매장은 2021년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점에 개장했으며 두 번째 매장은 2023년 9월 서울역점에 문을 열었다.
강 대표는 향후 '제타플렉스' 매장을 10개 미만으로 추가 개장할 계획임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 실행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롯데마트맥스’ 사업 확장 역시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롯데마트맥스는 2022년 이후 추가 출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 대표는 2021년 말 롯데마트맥스의 확대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강 대표는 2023년까지 전국의 맥스(당시 빅마켓) 매장을 20개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현재 롯데마트맥스 점포는 6곳에 불과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제타플렉스의 경우 비교적 높은 점포 리뉴얼 비용으로 인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많아 점포 확대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맥스 역시 창고형 할인점 사업의 경쟁력을 여러 측면에서 강화한 이후 점포 확대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