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금융당국에 종투사 지정 신청을 내고 수익성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신청을 받아들이면 대신증권은 국내 10번째 종투사로 도약하게 된다.
오 사장이 실적 개선과 초대형IB로 도약을 위해 종투사 신청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애초 2024년 4월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해 창립기념일인 6월20일 전에 인가를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계획보다 추진 시점이 다소 늦어졌는데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아낸싱(PF)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위험관리 차원에서 신청 시기를 미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가 종투사와 초대형IB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3조 원을 충분히 넘긴 만큼 2025년 상반기 종투사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종투사 진입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종투사 역할 강화를 위한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기업 성장과 기업의 해외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업금융 육성을 위해 종투사 제도를 2013년 도입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이 아닌 부동산금융에 집중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현재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업무 영역이 나뉜다. 특히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종투사부터 영업여건이 크게 향상된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종투사는 기업 신용공여업무를 할 수 있고 4조 원이 넘으면 기업고객 현물환 매매업무와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진다. 8조 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업무가 허용된다.
이에 따라 종투사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종투사 사이 실적 양극화는 나날이 심화하는 추세다.
중소형 증권사는 올해 들어서도 대형 증권사와 달리 실적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129억 원, 순이익 108억8400만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41.0%, 순이익은 25.4% 감소했다.
오 사장은 현재 종투사 신청과 함께 기업공개(IPO) 등 기업금융 부문을 통한 실적 개선과 초대형IB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늘리기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현재 아우토크립트, 티씨머티리얼즈(스팩 소멸합병), 영광와이케이임씨 등 3개사도 주관사를 맡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상장 대어로 꼽히는 LGCNS에도 이름을 올렸다. LGCNS는 상장 대표 주관사로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3사를 두고 공동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건을 두고 있다.
LGCNS는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상장에 도전하는 만큼 제대로 된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10월에도 셀비온(10월16일), 웨이비스(10월25일), 토모큐브(11월7일) 등을 주관사로 코스닥시장에 입성시키며 기업금융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대신증권 사옥 '대신343'의 전경. <대신증권>
오 사장은 초대형IB 진입을 위한 자기자본 요인 4조 원을 확보하기 위해 본사 사옥(대신343)을 활용한 자기자본 불리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옥은 6500억~7천억 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수자와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8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울 오피스 매매시장 침체에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어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2024년 3월 NH아문디와 6600억 원에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이 역시 최종 불발됐다.
오 사장은 대신증권 사옥 매각을 중단하고 이를 기초로 하는 리츠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 상반기 리츠 출시를 목표로 3362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츠를 운용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산가치가 오르면 매매차익도 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오익근 사장은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교체된 상황에서도 종투사 인가 도전이라는 과업을 맡아 3연임에 성공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종투사 진입을 통한 사업범위 확장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넘어 초대형IB로 도약을 전략목표로 수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대신343 사옥이 제값에 매각됐더라도 법인세 등이 반영돼 초대형IB 자기자본 기준 4조 원을 단숨에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며 “리츠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