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망분리 규제 10년 만에 풀린다, 생성형 AI·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가능

▲ 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 <금융위원회>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년 만에 망분리 규제를 손질한다. 앞으로 금융회사도 내부 업무망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김포시 KB국민은행 통합IT센터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민간 보안 전문가들과 금융협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내부 전산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도록 한 규제는 2013년 금융사의 대규모 전산마비 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시장이 자체 구축형에서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현행 망분리 규제에서 금융사들이 생성형 AI 및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하기 어려워 업무 비효율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현행 금융보안체계가 오랫동안 인터넷 등 외부통신과 분리된 환경을 전제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급격한 규제 완화보다는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사의 생성형 AI 활용 등 규제 특례를 허용한다.

대부분의 생성형 AI가 클라우드 기반의 인터넷 환경에서 제공되는 반면 국내 금융권은 인터넷 등 외부 통신 활용 제한으로 인해 생성형 AI 도입에 제약을 받았다.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보안대책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클라우드 기반 응용프로그램 이용 범위도 확대한다. 기존 문서관리, 인사관리 등 비중요 업무에 대해서만 허용됐던 SaaS 이용을 보안관리, 고객관리(CRM) 등 업무까지 확대하고 모바일 단말기에서 이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연구 및 개발 결과물을 더욱 간편하게 이관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제한을 완화하고 가명정보 활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한 1단계 샌드박스 운영 성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이후 이르면 2025년부터 2단계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회사가 개인신용정보까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망분리 개선으로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자동화, 전사적 경영관리(ERP), 준법 감시 프로그램 등 도입으로 금융권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고 데이터 분석 등 금융 데이터의 활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번 망분리 개선 로드맵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금융소비자의 효용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어렵게 규제를 개선하는 만큼 금융업권도 보안사고 없이 새로운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