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파운드리·패키징 가격 인상안 구체화, 해외투자 부담 고객사에 떠넘겨

▲ 대만 TSMC가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객사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3나노를 비롯한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및 반도체 패키징 단가를 인상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연구개발 및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객사들에 전가하며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6일 다수의 반도체 설계업체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TSMC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파운드리 단가를 인상한다는 계획을 최근 고객사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주력으로 쓰이는 3나노 및 5나노 미세공정 위탁생산 단가가 최대 8%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TSMC의 순이익률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 AMD 등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첨단 패키징 단가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고객사들이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중으로 지게 되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파운드리와 패키징 분야에서 사실상 경쟁사가 없는 기업”이라며 “인공지능 반도체 고객사들이 가격 인상에도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TSMC의 3나노 및 5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는 점도 가격 인상에 힘을 싣는다. 고객사들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려면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와 AMD에 이어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과 인텔, 브로드컴이 모두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다. 대형 고객사 수요를 TSMC가 사실상 독점한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각 반도체 생산 수율과 재무 악화로 고전하고 있어 첨단 파운드리 사업 전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TSMC는 이미 내년 양산을 앞둔 2나노 파운드리 수주 물량도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독주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웨이저자 TSMC 회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TSMC의 반도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은 다른 기업보다 뛰어나다”며 “이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TSMC가 파운드리 및 반도체 패키징 가격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공장 투자가 본격화되는 데 따른 금전적 부담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대만 이외 국가에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건설비와 인건비 등은 TSMC의 기존 공장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TSMC가 이러한 비용 부담을 고객사들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을 만회하고 수익성을 지키려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파운드리 고객사들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고객사 주문 독점 효과가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내년에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각각 2나노 및 1.8나노(18A) 반도체 양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이러한 우위가 지속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TSMC가 이들과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주요 고객사들과 파운드리 및 패키징 단가 논의에 지금과 같은 협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