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년 임기 반환점에서 ‘깜짝 실적’을 썼다.
수수료 이익 급증을 토대로 영업 효율성을 높여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토대로 은행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고 상위 금융그룹 도약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
30일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실적을 종합하면 우리금융은 상반기 수수료 이익으로 1조580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25.6% 늘어난 것으로 신한(13.3%)이나 하나(12.6%), KB(2.4%) 증가율을 웃돌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취임 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수수료 이익은 금융그룹 비이자이익 강화 핵심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은 보험사·증권사 부재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만큼 그동안 우리은행 이자이익에 크게 의존했다.
1년 전보다 45.1% 늘어난 상반기 우리금융 수수료 이익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신탁 수수료는 124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6% 줄었지만 리스(4240억, 27.8% 증가)와 카드(1010억, 58.9% 증가) 중심으로 개선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2분기 비이자이익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며 “시장 금리가 내려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발생했고 카드·캐피탈 수수료 수익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호실적을 토대로 취임 뒤 강조한 효율성에서도 성과를 냈다.
금융지주 영업 효율성 가늠자로 여겨지는 판매관리비용률(CIR)은 6월 말 기준 39.9%로 2019년 지주 설립 이래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우리금융 판관비는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2.1% 늘어나며 다른 주요 금융그룹 수준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을 크게 늘린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 상반기 순영업수익 증가율은 5.1%로 신한(6.2%) 다음이며 KB(2.2%)와 하나(-2.2%)를 웃돌았다.
임 회장은 호실적을 토대로 은행지주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고 투자자 잡기에도 나섰다.
우리금융은 실적을 발표하며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담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4대 금융 가운데서는 처음이었다.
증권가는 우리금융이 세세한 주주환원 기준을 제시한 만큼 호평을 내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주자본비율과 구간별 자본관리계획에 대한 투명한 소통”이라며 “기업금융 확대와 보험사 인수합병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추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앞으로 주주환원율 추정이 쉬워졌다”고 바라봤다.
임 회장은 다만 증권사 출범을 앞두고 보험사 인수도 살펴보는 만큼 외형성장과 주주환원의 양립을 주요 과제로 안게 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8일 우리금융 계획을 신한금융(A0)보다 한 단계 낮은 ‘A-’로 평가하며 “자산성장률 컨트롤 계획이 빠졌다”며 “인수합병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면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많은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
임 회장은 외적으로는 호실적을 이어가 NH농협금융의 추격을 뿌리치고 4대 금융으로서 입지를 다질 필요성도 있다.
이석준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 상반기 순이익은 1조7538억 원으로 우리금융과 차이는 16억 원에 불과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는 우리금융을 제치며 금융그룹 4위에 올랐다.
임 회장은 임기 반환점에서 기반을 다진 만큼 상위권 도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 임기는 지난해 3월 시작돼 2026년 3월 만료된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도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단단한 의지가 엿보인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26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1월 선언한 당기순이익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며 “올해 증권사·보험사 인수를 시작으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만큼 우리은행에도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