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2분기 예상을 훌적 뛰어넘는 ‘깜짝 실적’에도 웃지만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데다, 노조 파업 등 내부 조직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6조에도 긴장, HBM과 파업 가능성은 잠재적 위협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사진)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업 문제를 수습해 2024년 하반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HBM 기술력을 배가하고, 노조 리스크를 해소해 하반기 실적 대반등을 일궈내는데 경영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10조4천억 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음에도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2분기 약 6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 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했던 4조~5조 원을 웃돌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13∼18% 상승했고, 낸드플래시는 15∼20%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를 포함한 삼성전자 상반기 전체 매출은 145조9200억 원, 영업이익 17조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17.92%, 영업이익은 1198% 증가했다. 

하지만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안심할 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대폭 상회했으나, 매출은 시장 기대 수준으로 발표됐다”며 “결국 실적이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 절감 등에서 기인했을 것이라는 회계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8단과 12단 적층형 HBM3E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올해 3월부터 8단 적층형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HBM이 삼성전자 전체 메모리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인 만큼, 상반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가격도 일반 D램보다 높아 하반기부터는 HBM 공급 여부가 실적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HBM 판매 비중은 2023년 전체 D램의 8%에서 올해 21%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HBM 판매 단가는 2025년 5~10% 상승해 기존 DDR5의 약 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 부회장이 DS부문장 취임 한 달여 만에 조직개편을 통해 HBM 전담팀을 신설한 것도, 지금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하면 AI 반도체 시대에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1위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30일 취임사에서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6조에도 긴장, HBM과 파업 가능성은 잠재적 위협

▲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노조 파업도 서둘러 수습해야 할 사안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못박았다.

반도체 공장은 하루만 가동 중단(셧다운)돼도 조 단위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노조의 총파업은 하반기 실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 수는 전체 삼성전자 직원의 23.6%에 이른다. 

현재까지 총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0명 미만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향후 노조원들의 여론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임금협상 타결을 도출할 필요가 높아졌다.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노조 측과 만나 “파업은 지양하고 노사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설득하는 등 노조와 절충안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HBM과 파업 문제가 수습된다면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대반등이 예상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높은 점유율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에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반기 엔비디아 인증 확득으로 HBM3E 대량 양산이 시작되면 메모리 수익성은 큰 폭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1조~13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AI 사이클 지속에 따른 메모리 공급 감소로 하반기에도 수요 대비 메모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며 “HBM3E 제품이 주요 고객사(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생산되기 시작하면 또 한 번 실적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