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이 HBM과 같은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CXMT 메모리 참고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HBM을 비롯한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기술 및 생산체계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업계는 아직 HBM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HBM은 주로 엔비디아 등 기업의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자체 개발과 대량생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은 여전히 고사양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중저가 제품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공지능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등에서 쓰이는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배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은 인공지능 시장이 성장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최대 D램업체인 창신반도체(CXMT)가 HBM 자체 개발 분야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양산을 시작하기까지는 4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일본 및 네덜란드와 협력해 중국의 HBM 개발을 막기 위한 기술규제 조치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악재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이 HBM을 필요로 하지 않는 스마트폰과 PC, 자동차용 저사양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충분한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의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연히 저사양 메모리반도체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며 전체 업황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과잉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HBM과 같은 고부가 반도체의 비중을 높여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수혜폭을 키우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가 내년 전체 시장 규모를 연간 20% 가까이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