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지원법' 시행 임박, 라이칭더 당선으로 TSMC에 더욱 힘 실린다

▲ TSMC가 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세금 감면 등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공장 건물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정부가 TSMC 등 자국 반도체기업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대만판 반도체 지원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가 반도체산업에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강조한 만큼 TSMC를 향한 정부 지원정책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2월부터 세금 감면 혜택을 원하는 반도체기업의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TSMC와 미디어텍, 리얼텍 등 대만 주요 반도체기업이 신청서 제출 의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판 반도체 지원법이라 불리는 새 정책은 매년 연구개발에 일정 기준 이상의 금액을 사용하는 기업이 연구비의 최대 25%에 대해 법인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이는 대만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수준의 정부 지원으로 평가된다.

대만 경제부는 EUV(극자외선) 등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기업에 장비 구매 비용의 5%를 추가 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EUV 장비를 활용하는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 정책은 사실상 TSMC와 같은 대형 반도체기업을 위해 추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TSMC가 글로벌 시장에서 갖추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 그리고 해외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는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 정부와 대형 IT기업은 군사용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TSMC가 지금과 같이 대만에서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대만 정부가 미국 등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침공과 같은 위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TSMC가 최근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에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대만 정부가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할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이 다급해졌다.

대만 경제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만큼 해외 국가에 반도체공장 유치 기회를 빼앗기는 것은 국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 지원법' 시행 임박, 라이칭더 당선으로 TSMC에 더욱 힘 실린다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자가 1월13일 타이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TSMC를 향한 대만 정부의 지원 의지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을 계기로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진행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라이칭더 후보는 당선 소감을 발표하며 대만의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정부 지원 의지를 분명하게 강조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대만의 핵심인 반도체산업 발전을 이끄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대만이 반도체 소재와 장비, 연구개발과 설계,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 체제부터 추진되어 온 대만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더욱 뚜렷이 한 셈이다.

라이칭더 총통의 집권에 맞춰 대만 반도체 지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을 앞두게 된 만큼 정부의 지원 절차에는 더욱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세제혜택 이외에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기업의 투자 확대를 더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새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 정부는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에 민감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반도체산업의 영향력을 더 키워 대만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대만 반도체산업이 ‘전 세계의 공통적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대만의 반도체 기술에 꾸준히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반도체 경쟁력을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내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로이터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은 중국이 대만을 향한 압박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TSMC는 이미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해외로 시설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