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탈당을 목전에 뒀다.

이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창당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해 회복 중인 시점인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야권분열'이라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탈당해 마이웨이로 가는 이낙연, '분열 책임론' 극복할 수 있을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민주의문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거대 양당의 폐해를 내세우고 있는 이 전 대표로서는 신당을 성공시키기 위해 분열 책임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으로 국무총리와 대권주자까지 지낸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는 명분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오는 11일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과 관련한 향후 진로를 밝힌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당 탈당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전 대표가 야권분열 책임론에 직면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이낙연 신당 후보들이 총선에서 일정 이상 득표율을 거둬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을 때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해 어떤 목표와 어떤 성과를 얻으려고 하는지 (당 내부에서)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재명 대표와 여러 차례 격돌을 했지만 신당을 만들면 윤석열 (정권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7일 고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이 전 대표 앞에서 '야권통합'을 강조했다. 이낙연 신당의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당신들이 나서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 전 대표의 행보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은 '단결해서 총선 승리, 정권 교체'하라는 요지다”라며 “민주당과 이낙연 전 대표에게 보내는 말씀”이라고 바라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과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6%였다.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조선일보 의뢰로 지난해 12월30~31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은 4%에 그쳤다.

특히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신당에 관해 ‘신당 창당 선언을 철회하고 당에 남아야한다’가 45%로 ‘비명계 중심 신당으로 활동해야 한다’(2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일반적으로 신당의 지지율은 신당 창당이 거론될 때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낙연 신당을 향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이낙연 신당 지지율이 비교적 저조한 배경으로 신당 창당에 명분이 약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상대진영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있었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의 통합을 위한 화합 제스처가 없지 않았음에도 탈당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거대 양당의 극단적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낙연 신당을 ‘새로운 선택지’, 즉 제3지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연대하는 이른바 '낙준연대'가 이뤄지면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이날 YTN 뉴스앤피플에서 여러 신당들의 지지율을 두고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신당 등 여러 정파들이 모여 느슨한 연대라도 현실화된다면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는 지표가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낙준연대’를 움직임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소속으로 4선 의원과 전남지사, 국무총리까지 지냈는데 보수개혁을 강조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지향점이 같을 수 있냐는 것이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정당에서 대표를 하며 이낙연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와 느슨한 연대를 하더라도 무엇을 지향하느냐 부분에서 큰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탈당해 마이웨이로 가는 이낙연, '분열 책임론' 극복할 수 있을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탈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갈무리>


우상호 의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낙준연대’에 관해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분열을 자초했지만 (제3지대 연합을) 또 다른 명분을 삼을 수는 있다”며 “지금도 신당 창당의 명분이 약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랑 손을 잡는 순간 훨씬 더 명분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결별을 택하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야권분열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지지율을 높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떠오른다.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5일 KBS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출연해 "이낙연 신당이 아직까지 너무 ‘반명(반이재명)’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며 ”당을 만들 때의 비전과 가치가 무엇인가라고 하는 것을 더욱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