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경영진 대폭 물갈이 신호탄, '신중론' 펴던 김범수 변화 주목

▲ 카카오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올해 카카오그룹 경영진을 대폭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11일 직원 간담회에서 인사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틀만에 그룹 핵심인 카카오 대표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눤회를 열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그룹은 그동안 ‘실리콘밸리식’ 성장 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에 최대한 자율성을 줬는데 김 위원장은 그 동안 그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곧바로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카카오 경영진 대폭 물갈이 신호탄, '신중론' 펴던 김범수 변화 주목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1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직원간담회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등의 거취에 관한 노동조합측의 질문에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현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제가 답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발언 이후 이틀 만에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지 않고,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그리고 카카오그룹의 동일인(총수)이라는 권한으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그룹을 이끌던 홍은택 대표이사가 물러남에 따라 계열사 경영진도 상당수 교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7곳으로 이미 새 대표가 내정된 카카오를 제외하더라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VX,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등이 남았다.

특히 이 가운데는 논란이 됐던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포함돼 있어 이들 계열사 대표가 교체될 가능성이 기존보다 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업계와 수수료 문제로 마찰을 빚었고 카카오페이도 올해 오프라인 결제처 확장 과정에서 불법 지원금을 받는 뒷돈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이사는 이미 검찰에 입건된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카카오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 자리도 공석이 된 만큼 최고경영진 교체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은 11월29일 카카오 공동체의 ‘카르텔’을 작심 비판하며 대규모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카카오 경영진 대폭 물갈이 신호탄, '신중론' 펴던 김범수 변화 주목

▲ 카카오노조인 카카오크루유니언이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비지니스포스트>


구체적으로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과 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 △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와 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 관련 비리 △장비의 헐값 매각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을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이른바 ‘형님 리더십’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형님 리더십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초기 멤버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기존에는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카카오그룹을 빠르게 키웠지만 이제는 규모가 커진 만큼 그룹 차원의 거버넌스 확보가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도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는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영입되면서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 등을 거친 IT 투자 전문가로 2018년부터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11일 열린 직원들과 대화에서 “성장 방정식이라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며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