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표 결선투표' 자신한 부산 엑스포 29표 획득, 역대급 참패에 후폭풍 불가피

▲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에 후폭풍이 불가피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민간,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뭉쳐 총력전에 나섰던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추진은 결선투표에 가보지도 못하고 1차 투표에서 마무리됐다.

당초 정부는 1차 투표에서 70표가량 득표해 2위를 차지한 뒤 결선투표에 가게 되면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의 표를 쓸어가며 그럴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낙관하는 분석을 내놓은 것에 더해 유치전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인 만큼 유치 실패가 불러올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한민국 부산이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득표로 탈락하면서 정부 외교역량 등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편가르기 이념 외교,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한 무능 외교의 결과”라며 “참으로 충격적으로 참담한 패배”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고개를 숙였다. 유치 실패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직접 나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 1차 투표에서 대한민국 부산은 투표 참여 회원국 165개국 가운데 29표를 얻어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격차가 컸다.

투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정부는 사우디가 3분의 2를 득표하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3위 로마가 획득한 투표수를 흡수해 부산이 이길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로마와 부산의 표를 합쳐도 46표로 사우디의 119표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부 정보력과 판단력을 향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직접 잘못을 인정한 상황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최근 정부의 정보력을 책임지는 국정원 지도부 쇄신을 단행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라인을 손볼 가능성도 떠오른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개편과 중폭 이상의 개각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제외한 수석급 인사들을 모두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70표 결선투표' 자신한 부산 엑스포 29표 획득, 역대급 참패에 후폭풍 불가피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두 번째)를 포함한 대한민국 대표단이 11월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 총리, 박형준 부산 시장,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엑스포 유치 실패로 거취가 더욱 불확실해졌다. 박 장관 후임으로는 이정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와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는 9월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해외 순방 예산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9표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과 늘어난 비용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언급해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해외 순방 예산(578억 원)을 지적하자 "대통령님이 취임한 이후 91개국이 넘는 정상과 만나시고 안보라든가 엑스포라든가 이런 부분과 관련해 많은 정상을 만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민심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당과 대통령실이 새로운 총선 전략 마련에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부산 엑스포 유치 카드는 부울경 지역의 민심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윤 대통령이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전을 벌이고 있던 시기인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부울경 지역 긍정평가는 47.3%였다. 이는 직전 조사(20일 발표)보다 7.2%포인트 오른 수치다.

여론조사과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70표 결선투표' 자신한 부산 엑스포 29표 획득, 역대급 참패에 후폭풍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4일(현지시각)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이번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21년 10월 유치선언을 한 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반면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부산엑스포 유치지원단 등에 따르면 민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29일까지 BIE 회원국 정상을 비롯한 주요 인사 3472명을 만나 부산 유치 지원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만난 주요인사만 96개국 462명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물량 공세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엑스포 추진을 위해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다.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를 통한 직접 지원을 약속하며 표심을 사로잡았다.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나서 6월2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주최 공식 리셉션에 직접 참석해 BIE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리야드가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최적의 도시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이번 투표에서 획득한 119표는 2020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두바이가 얻은 116표 기록을 10년 만에 넘은 최다 득표 기록이다. 심지어 두바이가 116표를 받은 것은 결선투표였던 3차 투표였다. 1차 투표에서 개최지가 선정된 것도 이탈리아 밀라노와 튀르키예 이즈미르 두 지역이 맞붙었던 2015 밀라노 엑스포 이래 15년 만이다.

정부는 유치전을 위해 사용한 예산과 노력이 아예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치전을 계기로 구축된 네트워크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부각해 탈락의 충격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엑스포 개최지 투표가 마무리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우리가 얻은 외교적 자산은 계속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에서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라는 국정기조를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