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크 사말라 에어룸 최고경영자(왼쪽), 엘레니 코우날라키스 캘리포니아 부지사(가운데),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오른쪽)이 9일 공개된 에어룸 카본 테크놀러지스 설비를 돌아보고 있다. <사생크 사말라 링크드인 계정 공개 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초로 산업 규모를 갖춘 직접공기포집(DAC) 시설이 공개돼 전 세계 기후테크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시설을 만든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에어룸 카본 테크놀러지스(Heirloom Carbon Technologies, 에어룸)’다.
2021년 4월 설립된 에어룸은 창업 1년 남짓한 시점에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 다양한 기후 투자자들로부터 약 53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14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에어룸의 이 시설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탄소포집 기술 투자 계획의 첫 성과로 떠오르고 있다.
에어룸은 9일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엘레니 코우날라키스 캘리포니아 부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캘리포니아 트레이시에서 미국 최초 상용 직접공기포집 시설을 공개했다.
사생크 사말라 에어룸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번에 공개한 최초의 직접공기포집 설비는 이미 공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되돌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인류가 만들 수 있는 물건 가운데 가장 타임머신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룸의 석회암 기반 기술은 불과 2년 만에 대기중에서 이산화탄소 1킬로그램(kg)을 포집하는 수준에서 1천 톤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직접공기포집 기술은 기존 탄소포집(CCS) 기술과 달리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 이미 배출됐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으며 설비 설치 위치에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에어룸에 따르면 이 시설은 '미국 슈퍼마켓' 크기의 설비를 통해 연간 1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다.
미국 슈퍼마켓은 평균 면적은 0.35헥타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30년생 소나무숲 1헥타르(ha)가 연간 10.7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슈퍼마켓' 크기의 에어룸 설비가 30년생 소나무숲을 매년 약 100헥타르(ha)씩 늘려가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런 효과를 내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에어룸의 기술은 석회암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을 거꾸로 뒤집어 마치 '타임머신'처럼 작용한다.
에어룸 공보팀의 스콧 코리엘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석회암은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 능력을 인위적으로 가속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포집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는 산화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데 석회암을 구성하는 탄산칼슘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면 얻을 수 있다. 탄산칼슘을 90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와 산화칼슘으로 분리된다.
이 때문에 시멘트를 생산할 때는 거의 생산량에 맞먹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1톤의 시멘트 생산을 위해 기업에 따라, 조건에 따라 약 0.6~0.9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런데 에어룸은 시멘트의 생산 과정을 거꾸로 돌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수단을 개발한 것이다.
산화칼슘은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다시 탄산칼슘이 되는데 이 과정은 보통 짧으면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시간을 에어룸은 최대 3일로 줄였다고 코리엘은 설명했다.
에어룸은 자연 화학반응을 가속하기 위해 산화칼슘을 이산화탄소 흡수에 최적의 크기로 가공한 다음 적정 습도를 맞춘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화학 반응을 앞당긴다.
에어룸은 이렇게 모은 탄산칼슘을 폐쇄된 환경에서 가열해 이산화탄소만 분리해 따로 저장하고 산화칼슘은 설비에 재활용한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탱크에 저장됐다가 건축용 콘크리트에 주입되거나 지하에 묻힌다.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후처리 과정은 에어룸과 파트너관계인 ‘카본큐어’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카본큐어는 건축용 콘크리트 포집 기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캐나다 스타트업이다.
코리엘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석회암(탄산칼슘)을 일종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스펀지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원하는 장소에 배출시킨 다음 남은 것(산화칼슘)을 그대로 다시 재사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말했다.
▲ 에어룸의 기술 작동 방식을 설명한 모습. 산화칼슘(파란색)이 적절한 습도에서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탄산칼슘(연녹색)이 되는 모습을 설명했다. 탄산칼슘은 가열 장비로 옮겨져 이산화탄소만 따로 분리한다. <에어룸 카본 테크놀러지스> |
구체적인 설비 확장 계획이나 규모를 묻는 질문에 코리엘은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어룸이 제공한 사진 자료나 기술 구조 그리고 현장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했을 때 향후 추가 설비 건립 역시 가까운 시일 내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엘레니 코우날라키스 캘리포니아 부지사는 9일 에어룸 설비 공개 행사에서 “캘리포니아는 이번 에어룸 설비 가동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첫 번째 주가 될 것”이라며 “캘리포니아는 향후 이와 같은 설비의 추가 건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에어룸의 기술력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인정하고 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마이크로소프트, 쇼피파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에어룸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에 기반한 탄소크레딧을 사전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에어룸은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금을 받는 한편, 루이지애나주를 대상으로 한 ‘사이프러스 프로젝트’에도 참가해 3억 달러(약 3977억 원) 규모의 지원금 지급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 에어룸의 직접공기포집(DAC) 설비. <에어룸 카본 테크놀러지스> |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탄소포집 기술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5월 탄소포집 기술과 관련된 12개 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연방정부 예산 2억5100만 달러(약 3327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8월에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건립될 ‘직접공기포집 허브’에 연방정부 예산 12억 달러(약 1조5906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에어룸은 ‘바텔’과 ‘클라임웍스’와 협업해 루이지애나에 연간 100만 톤 이상의 포집 규모를 갖춘 직접공기포집 허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막스 슐텐 에어룸 상용화 책임자는 사이프러스 계획 발표 당시 “에어룸이 이번 프로젝트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이산화탄소를 공기로부터 안전하게 영구 포집할 수 있는 능력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명인 에어룸(Heirloom)은 영어로 ‘유산’ 또는 ‘유품’을 뜻한다. 시멘트기업처럼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돈 버는 모델 대신, 에어룸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돈 버는 수익모델을 인류의 '유산'으로 남기게 될 수 있을까. 손영호 기자
[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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