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새 EUV 출시 순항, 삼성전자 TSMC 인텔 2나노 반도체 경쟁 막 오른다

▲ 네덜란드 ASML이 하이NA EUV 장비 시제품 출하를 예정대로 올해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ASML의 EUV 반도체장비. < ASML >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및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차세대 ‘하이NA’ EUV 장비 출시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1대당 3억 유로(약 4293억 원)의 고가에 판매되는 신형 EUV 장비 출시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2나노 파운드리 선점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6일 로이터에 따르면 ASML은 예정대로 올해 안에 하이NA EUV 시제품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EUV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극자외선을 활용해 회로를 새기는 공정이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에는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장비가 필수로 쓰인다.

이보다 발전한 하이NA EUV는 2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구현에 필요한 기술 사양을 갖춘 차세대 장비다.

ASML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 영향으로 하이NA 장비 출하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그동안 유력하게 나오고 있었다.

만약 ASML의 장비 공급이 지연되면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SK하이닉스 등 해당 제품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여러 반도체기업의 새 반도체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하지만 피터 베닝크 ASML CO는 로이터를 통해 “일부 협력사들이 품질 기준에 만족하는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딜레이를 겪었다”면서도 “올해 첫 출하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가장 적극적으로 하이NA EUV 도입 계획을 내놓은 고객사다. 2나노 미세공정을 삼성전자나 TSMC 등 경쟁사보다 앞선 내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2025년을 2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 가동 시기로 잡아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운드리 기술 상위 기업들의 2나노 반도체 속도 경쟁에는 기술 개발의 난제 극복과 수율 확보, 충분한 생산설비 확보 등 여러 과제가 자리잡고 있다.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큰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ASML의 생산 차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피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2나노 미세공정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ASML이 원활하게 고객사에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로 볼 수 있다.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기술 발전이 ASML 단일 기업의 역량에 달려있는 셈이다.

2나노 미세공정의 수요는 주로 현재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 기술 발전이 성능 및 전력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갖춰내면서 2나노 미세공정을 주요 제품에 가장 먼저 도입하기 시작할 고객사로 지목되고 있다.

TSMC는 이미 2나노 공정으로 애플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반도체를 시범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SML의 하이NA 장비 공급망이 파운드리업체들의 2나노 경쟁에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시장 판도를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ASML의 공급이 당분간 제한된 상태에 놓일 공산이 큰 만큼 충분한 장비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반도체기업이 고객사 수주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SML 새 EUV 출시 순항, 삼성전자 TSMC 인텔 2나노 반도체 경쟁 막 오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2년 6월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등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모두 수 년 전부터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인텔은 하이NA EUV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얼리어답터’가 되기 위해 ASML과 꾸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오래 전부터 ASML의 EUV 장비 최대 고객사로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ASML 본사를 직접 방문해 피터 베닝크 CEO와 원활한 장비 공급을 논의했을 정도로 이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ASML의 신형 반도체 장비 확보를 노리는 곳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도 D램 등 제품에 하이NA 장비를 도입해 성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 등 신산업에서 HBM(고대역) 메모리와 같은 고사양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만큼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양쪽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NA EUV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베닝크 CEO는 로이터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와 대만에 위치한 공장에서 내년부터 EUV 장비를 도입해 활용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는 인텔과 TSMC가 모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만은 현재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이 모두 위치해 있는 국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