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RM 상장 뒤 지분 매입 전망, 이재용 손정의 파트너십 신호탄 되나

▲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 등 기업이 ARM 상장 직후 지분 매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에 투자하며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돕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오랜 친분과 사업 협력 논의가 삼성전자와 ARM의 파트너십으로 점차 결실을 맺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ARM은 9월 미국증시 상장 직후 다수의 빅테크 기업에서 지분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및 IT기업이 모두 ARM 지분을 매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ARM이 상장하기 전 지분을 매입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도록 돕는 ‘앵커투자자’로 투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대형 반도체 제조사와 IT기업이 일제히 지분 투자에 나서는 일은 ARM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목표한 수준의 가치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ARM은 최대 800억 달러(약 10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ARM을 인수한 금액의 2배 이상이며 현재 추정되는 펀더멘털(근본적 기업가치)에 엔비디아를 웃도는 프리미엄을 반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ARM이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미래 성장사업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는 무리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ARM 인수를 추진했던 엔비디아는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글로벌 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이러한 목표 달성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ARM이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 보여줌으로써 성장 전망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인텔과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최근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각각 한자릿수 수준의 ARM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합치면 수 조 원대에 이르는 만큼 적지 않은 규모다.

ARM이 지분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과 반도체 분야에서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특히 삼성전자와 협업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말 한국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나 ARM 및 소프트뱅크와 삼성전자 사이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일부 매입하는 방안도 이러한 회동에서 언급되었을 공산이 크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자체 브랜드 시스템반도체와 고객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모두 중요하다.
 
삼성전자 ARM 상장 뒤 지분 매입 전망, 이재용 손정의 파트너십 신호탄 되나

▲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 ARM >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요 경쟁사보다 후발주자로 나선 분야인 만큼 기술력을 따라잡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에서 2030년까지 해당 영역에서 글로벌 1위 기업에 올라서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자연히 ARM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는 삼성전자에게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해 주요 외신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을 잡고 ARM에 공동으로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계획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은 오래 전부터 친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선 뒤에도 여러 차례 회동을 진행했다.

손 회장은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소프트뱅크의 실적 반등 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연히 ARM 기업공개는 물론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꾸준히 삼성전자와 같은 협력사를 통해 사업 기회를 넓히려 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만큼 ARM과 다방면으로 협업을 검토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RM 상장 준비 작업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