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5-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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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강제징용 배상안 등을 내놓으며 먼저 ‘반 컵’을 채웠다. 덕분에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반등과 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을 만나기 위해 5월7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태도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떠오른다.
이번 방한에서 기시다 총리가 나머지 ‘반 컵’을 채워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도움을 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총리는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 방문한다. 일본 총리 방한은 2018년 2월 아베 신조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일본 현직 총리가 우리나라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서울을 방문한 뒤 약 1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이라며 이번 기시다 총리 방문의 의미를 짚었다.
대통령실은 2일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당시 기시다 총리에게 서울 방문을 초청한 바 있으며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정상간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기시다 총리가 답방에 나선 것은 한일 관계를 빠르게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답방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이후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았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답방이 성사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일본 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이행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우리 기업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한에서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관한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 윤석열 정부가 강조했던 '반 컵'이 어느 정도 채워졌다는 주장이 명분을 얻으며 ‘굴욕외교’라는 비판적 여론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기시다 총리의 방한 전인 4월28일 한국을 수출 우대국 조치 대상인 '그룹A(옛 화이트국가·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며 우호적 자세를 보인 점도 기시다 총리의 태도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사과하기에 걸림돌이 됐던 것은 일본의 선거였는데 지난 4월 말 압승을 해서 부담을 털어냈다”며 “우리 국민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사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22년 12월부터 20~30%대 지지율에 맴돌다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뒤 지지율 반등을 보였고 집권당인 자민당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선거 승리 이후 정권 지지율은 50%대 안팎을 기록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힘을 얻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일 자체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4월 지지율이 3월 대비 4%포인트 상승한 52%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46.6%로 3월 대비 8.5%포인트 올랐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3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소폭(1.9%포인트) 올랐으나 34.5%에 그쳤다. 한국갤럽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주 대비 3%포인트 올라 33%였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3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와 관련해 반성이나 사죄 등 표현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수준 이상의 발언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문에 관해 한일 ‘협력’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아키바 국장을 만나 “안보는 물론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일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계속 심화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 진전된 논의로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오염수 배출의 안전성 검증에 참여하는 데 합의를 이룬다면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4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상회담 의제서 제외할 필요 없다”고 말해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