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스마트폰 부품의 양을 줄이며 견제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아이폰에 공급을 목표로 중소형 올레드패널과 3D낸드에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애플이 부품공급사를 다변화해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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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2일 “애플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은 것은 사실상 기습공격에 가깝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7에 이어 내년 신제품에 탑재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에 모두 위탁생산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레피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이폰6S용 AP의 위탁생산으로 올해만 18억7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하지만 올해 9월 아이폰7이 출시된 뒤부터 AP 위탁생산물량이 크게 줄며 실적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의 AP 위탁생산을 목표로 10나노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며 대만 TSMC와 10나노 양산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애플이 TSMC의 위탁생산시설 활용으로 방향을 굳히며 삼성전자는 투자금을 이른 시일 내 회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포브스는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자 삼성전자의 수익원을 줄이며 견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품사를 압박하는 기존의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고가 부품을 탑재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만 연간 2억 대 이상을 파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부품업체들 사이 경쟁을 유도해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로 접어들며 부진을 겪자 애플은 이런 전략을 강화해 부품단가를 더욱 적극적으로 낮춰 물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의 수익성을 극대화한 비결은 부품공급사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애플의 영향력 때문”이라며 “부품업체와 협상은 모두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내년부터 아이폰에 공급하고 아이폰의 메모리 탑재용량 증가로 메모리반도체 공급도 늘리며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품사업에서 아이폰에 대한 의존이 점점 더 높아지는 데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올레드 디스플레이와 3D낸드 개발을 목표로 중국과 일본 경쟁업체들이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이르면 2~3년 안에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충분히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산업리서치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올레드패널 수요는 폭발적 수요증가를 보일 것”이라며 “패널업체들이 올레드 양산투자를 확대하며 시장규모를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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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애플은 현재 아이폰용 LCD를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 샤프 등에서 비슷한 비율로 공급받으며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올레드패널에서 공급업체가 늘어날 경우 이런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문지 모비피커는 “애플은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의 올레드패널 공급사로 여러 업체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LG디스플레이도 유력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3D낸드 역시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내년부터 제품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레드패널과 3D낸드 생산시설 증설에 매년 수조 원대 투자를 이어오는 상황에서 고객사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포브스는 “삼성전자로부터 부품을 받는 양을 축소하는 애플의 전략이 당장은 스마트폰시장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 실적에 타격을 주려는 애플의 압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