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3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돌봄·육아,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다섯 가지 분야를 선택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2015년 이후 7년 만에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난임부부 지원을 두텁게 하고 두 돌 미만의 영아 입원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당장 시행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안들도 여럿 내놨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합계출산율 0.78명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특단'의 저출산 대책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일과 육아의 병행을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은 맞다. 하지만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다 현실성 없다는 지적과 함께 청년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게 '엊그제'다.
최근 저출산대책을 발표한 일본 정부는 육아휴직을 동시에 쓰는 맞벌이 부부의 급여를 실질적으로 100% 보장하고 2030년까지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쓰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출산율 1.27인 일본에 비해 훨씬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할 우리 정부는 정작 이 문제를 향후 검토과제로 남겨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대상을 8세에서 12세까지 늘리겠다는 방안도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기존 정책의 확장판에 불과하다. 신혼부부의 주택 구매 및 전세 자금 대출 소득요건 완화 등 주거지원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저출산 대책이라고 제시한 방안들도 사각지대가 곳곳에 보인다.
양육비 지원책으로 내놓은 부모급여는 기존의 영아수당을 0세 중심으로 확대 강화한 것이고 8세 이후 지원이 끊기는 것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아동수당 지원 대상은 8세 미만으로 본격적으로 교육비가 들어가는 8세 이후에는 지원이 줄어든다.
생후 24개월 미만 영아의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5%에서 0%로 개선한다고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일본의 미취학 아동은 통원치료는 물론이고 입원을 해도 진료비·입원실 비용 등이 전부 무료고 식사비만 낸다. 초등학교를 진학한 아이들도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더라도 200엔만 내면 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는데 눈에 확 띄는 특단의 대책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시선이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국가의 최대 중대사를 다루는 컨트롤타워라 하지만 현재 인원은 30~40명 남짓으로 조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부원장이나 상임위원을 제외하면 정부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파견받은 인원이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구성되다보니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쉬러 오는 곳으로 생각하고 업무에 관심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씩 '푹 쉬다' 복귀하는 방식으로 컨트롤타워가 운영되는데 제대로 된 저출산 대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인구 정책과 관련해 직접적 권한을 가진 범정부 총괄 전담 조직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나왔지만 이번 정부 발표엔 부처별 협업 강화라는 원론 외에 추가적 거버넌스 개선 내용은 빠져있다.
사회복지정책의 일종인 저출산 대책은 관련 예산 자체도 적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19년 기준 1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0%의 절반을 약간 상회한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프랑스(31.0%), 독일(25.9%)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이 한국보다 낮은 OECD 회원국은 전체 38개국 가운데 튀르키예(12.0%), 칠레(11.4%), 멕시코(7.5%) 뿐이다.
정부는 전체적 방향성 제시를 시작으로 기존 정책을 재구조화 및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어가며 주제별로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추가 후속 대책들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에는 부디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