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과 반도건설, 우미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은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진출을 위해 국내 주택시장에서 잠시 발을 뺀 2008년 이후 분양시장 틈새를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입찰을 통해 안정적인 주택공급 실적을 내며 순항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은 주택시장의 침체기에 대비하며 주택사업뿐 아니라 임대주택사업, 상업시설 관리, 토목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호반건설, 전국구 종합건설사로 발돋움
26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전국구 종합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
|
|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호반건설은 6월 말 관계인 집회를 연 뒤 울트라건설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2조1521억 원으로 15위를 차지했다. 울트라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이 4652억 원이었는데 이를 단순 합산하면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2조6천억 원대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두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2조4456억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주택사업으로 몸집을 크게 키운 호반건설이 울트라건설을 인수하면 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로 편중돼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도 건축부문의 평가액이 1조7660억 원을 차지했지만 토목부문은 5640억 원에 불과했다.
울트라건설은 토목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울트라건설은 국내에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도로와 공단부지조성, 지하철, 터널공사 등 토목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다.
업계는 호반건설이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한 만큼 울트라건설을 인수하면 주택시장의 침체기에 대비하는 한편 토목분야의 시공능력을 키워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울트라건설이 토목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주택시장의 침체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력사업인 주택사업도 수익성이 있는 사업 위주로 선별수주하는 방식으로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상업시설인 ‘아브뉴프랑’도 운영도 확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3년 판교신도시에 ‘아브뉴프랑 판교’를 개장한 데 이어 지난해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2호점인 ‘아브뉴프랑 광교’를 열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아브뉴프랑 사업은 주상복합 택지에 상업시설들을 임대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며 “시설을 분양해 단기적인 수입을 내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김상열, 호반건설 어떻게 키웠나
호반건설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 주택을 10만 가구 이상 공급해 명실상부한 주택전문건설사로 널리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주택사업에서 낸 성과는 대형 건설사 못지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호반건설은 지난해에 1만8231가구를 분양했다. 삼성물산이 모두 1만513가구를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수직상승했다. 호반건설은 2010년에 시공능력평가 62위를 차지했지만 2011년 49위, 2012년 32위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5위까지 올랐다. 대형그룹의 계열사로 있는 건설사를 제외하면 호반건설의 약진이 돋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4.8%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상장건설사의 부채비율이 평균 173.1%인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의 재무구조가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반건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도 8043억 원에 이른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견고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공공택지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다.
계열사 수십 곳를 동원해 공공택지 분양에 입찰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김 회장은 2010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모두 27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이 기간에 96개 필지에 입찰을 신청해 15개 택지를 낙찰받았다. 1개의 택지 입찰에 최대 23개의 계열사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이 2013년 11월부터 3달 동안 사들인 아파트 용지의 땅값만 모두 9580억 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당시 호반건설은 수원 호매실, 부천 옥길, 고양 원흥 등 다른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택지 입찰에 주력했다”며 “80% 이상의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분양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호반건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2014년 한 해 동안 모두 1만6519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을 제쳤다.
◆ 반도건설 우미건설, 종합건설사 도약 힘써
반도건설도 재건축재개발은 물론이고 임대사업과 시설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현재 수도권 등 6개 사업장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에 부산과 대구 등 5개 지역에서 모두 1조1813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
|
▲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왼쪽)과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 |
반도건설은 도시정비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서울 신당동 뉴스테이사업지역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며 뉴스테이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반도건설은 호반건설의 ‘아브뉴프랑’과 같은 상가 직접운영 등 임대관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2014년 상업시설 ‘카림애비뉴’를 분양했는데 일부 점포는 직접 임대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우미건설의 약진도 돋보인다. 우미건설은 현재 우미린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주택사업을 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최근 경기도 시흥 은계지구의 첫 민간분양 물량인 ‘시흥 은계지구 우미린’ 아파트를 전 주택 순위내 청약마감에 성공했다.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에 따라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 ‘린스테이’를 내놓고 9월 충북혁신도시에 1345세대 규모를 분양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미건설은 1982년 설립된 전국적으로 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며 주택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안정적으로 펼치며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미건설은 올해 1분기에 공공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부산만덕5지구 공공아파트와 남양주 다산신도시 조경공사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 우미건설이 1분기 공공부문에서 올린 수주실적은 모두 2천억 원 이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