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실적 발표회에서도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경영현황을 더욱 잘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향한 공감대를 높여 시장 신뢰도를 확대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회장 출동'부터 '유튜브 생중계'까지, 4대 금융지주 실적발표도 차별화

▲ 4대 금융지주가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은 우리금융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오디오 웹캐스팅 화면. <우리금융 홈페이지 캡쳐>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각각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각 금융지주의 차별화 전략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금융지주가 같은 날 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연 것은 드문 일이다.

4대 금융지주가 한날 분기 실적 발표회를 진행한 것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올해 1분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우리은행이 민영화 목적으로 새 출발한 2014년 말 이후로 범위를 넓혀도 8년 동안 올해 2번이 전부다.

일단 각 금융지주에서는 우연히 날짜가 겹쳐 한날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향후 또 다시 4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이 겹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그동안 4곳이 모두 겹친 적이 드물었을 뿐 하루 이틀 차이가 나거나 2~3곳이 같은 날 실적 발표를 한 적은 많다”며 “서로 비슷한 일정과 상황을 공유하는 만큼 4대 금융지주는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실적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는 비슷한 시기 실적 발표회를 진행하는 만큼 지속해서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실적 발표회 날이 겹치다보니 각 금융지주의 차별점이 기존보다 더 잘 드러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손태승 회장이 직접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마이크 앞에 앉았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회장이 직접 3분기 실적 발표회에 참석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다른 금융지주는 부사장이나 전무급 임원이 나와 실적 발표회를 진행했다.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콘퍼런스콜에 나와 경영현황을 설명하면 아무래도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손 회장은 2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직접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참석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국내외 IR(기업설명회)을 통해 투자자와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불확실한 거시환경에도 그동안 우리금융이 이룬 경영 성과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분들과 적극적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콘퍼런스콜에 지주사는 물론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의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가 참석했다.
 
'회장 출동'부터 '유튜브 생중계'까지, 4대 금융지주 실적발표도 차별화

▲ 하나금융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웹캐스팅 화면. <하나금융 홈페이지 캡처>


다른 금융지주는 대부분 주요 계열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실적 발표회에 참석했다. 주요 계열사의 CFO와 함께 CRO가 총출동한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시기에 위험관리에 힘을 주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위험관리의 역량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CFO 부사장은 “하나금융은 역사에서 보여주듯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양호한 경영실적뿐 아니라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수익과 건전성이 돋보이는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말로 실적 발표를 마쳤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유튜브’로 실적 발표 행사를 생중계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부터 줌과 유튜브를 함께 활용해 실적 발표를 생중계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는 소통 강화를 위해 유튜브에 IR전문 채널인 ‘신한파이낸셜그룹IR(Shinhan Financial Group IR)’도 열었다.
 
'회장 출동'부터 '유튜브 생중계'까지, 4대 금융지주 실적발표도 차별화

▲ 신한금융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유튜브 생중계 대기 화면. <신한금융 유튜브 캡쳐>


신한은행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콘퍼런스콜 이후 증권사 연구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Q&A)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콘퍼런스콜이 끝나면 사전에 준비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앞부분만 공개할 뿐 질의응답 부분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신한금융은 지난 분기부터 시장과 효율적 소통을 위해 실적 발표회 시간도 오후에서 오전 10시30분으로 앞당겼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오전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는 곳은 신한금융뿐이다.

KB금융은 동영상을 활용한 실적 발표의 강자로 꼽힌다.

KB금융 IR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면 2008년부터 매 분기 진행된 실적 발표회를 모두 동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행사 당일 홈페이지에 뜨는 주소를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실적 발표회를 볼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회장 출동'부터 '유튜브 생중계'까지, 4대 금융지주 실적발표도 차별화

▲ KB금융의 2008년 3분기 실적 발표회 영상 화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여전히 오디오로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변화로 볼 수 있다.

KB금융은 실적 발표 영상과 함께 자막 자료도 제공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효용성도 높였다.

전날 4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날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관련 리포트를 낸 국내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은 여러 불확실성에도 4대 금융지주의 향후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며 대부분 투자의견 ‘매수(BUY)’와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분기 실적 발표를 포함한 IR행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IR을 위해 일부러 세계시장도 가고 이해관계자를 위한 행사도 열고 하는데 분기 실적 발표는 공식적으로 경영상황을 설명하는 기회인 만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