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그룹 신약개발 가시화, 진양곤 사업다각화로 자금지원 기반 구축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춰 그룹 성장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그룹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신약개발의 꽃을 피우고 있다. 주력 신약 ‘리보세라닙’이 해외 허가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후보물질의 임상에도 속도가 붙는 중이다.

다만 이런 신약개발의 성과가 실제로 그룹의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진양곤 HLB그룹은 선박, 음료, 금융투자뿐 아니라 탄소배출권까지 진출하며 바이오사업을 뒷받침할 기반을 키우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최근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먼저 대표적 신약인 리보세라닙의 미국 출시가 가시화하고 있다. HLB는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을 위한 사전 회의를 신청했다. 이후 리보세라닙 생산, 판매, 유통 등 상업화를 위한 협약을 그룹 계열사들끼리 체결하기도 했다.

또 HLB가 외부에서 도입한 항암제 ‘아필리아’의 경우 하반기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판매에 들어가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요 후보물질의 임상에 따른 기술수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HLB사이언스는 7월 패혈증 치료제의 프랑스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HLB테라퓨틱스는 리젠트리를 통해 안질환 치료제의 미국, 유럽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등 HLB그룹 미국 계열사들도 최근 다양한 항암 신약에 대한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그룹 전체적인 신약개발 흐름에 이처럼 속도가 붙은 것은 진양곤 회장이 확립한 ‘HBS’, 즉 ‘HLB 바이오 에코시스템’의 효과로 풀이된다.

HBS는 HLB그룹 안에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체계를 말한다. 진 회장은 HLB를 시작으로 지속해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몸집을 불린 결과 HBS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HBS 안에서 먼저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역할은 HLB생명과학과 HLB제약, HLB글로벌 자회사 HLB사이언스 등이 참여하는 통합신약연구소가 맡는다. 이후 비임상 단계는 최근 HLB그룹에 합류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터스가 담당하게 된다.

본격적인 임상에서는 HLB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이뮤노믹테라퓨틱스, HLB제약 계열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 HLB사이언스, HLB테라퓨틱스 자회사 리젠트리와 지트리파마슈티컬 등의 역할이 크다. 

개발된 신약은 HLB그룹 안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HLB제약이 의약품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분야를 봐도 HLB 헬스케어사업부, 최근 HLB생명과학에 인수된 업체 에임 등이 제조를 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통은 백신 유통업을 하는 HLB테라퓨틱스, 의약품 판매를 담당하는 HLB생명과학 계열사 신화어드밴스 등에 맡겨지게 된다.

물론 진 회장이 이런 생태계를 완성한 것과 실제로 신약개발 성과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일이다. 

HLB그룹은 HBS를 통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리보세라닙을 판매하는 것 이외에는 아직 바이오사업 수익원이 뚜렷하지 않다. 

그룹 계열사들이 신약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운영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까닭이다.

바이오사업을 제외하면 HLB그룹은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업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주요 상장 계열사 중 하나인 HLB글로벌은 바다에서 모래 등 골재를 채취해 판매한다. HLB글로벌 자회사인 HLB생활건강과 프레시코는 각각 화장품 브랜드 ‘엘리샤코이’와 음료수 브랜드 ‘아임얼라이브 콤부차’를 운영한다.

HLB글로벌은 최근 탄소배출권 거래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원도에 보유하고 있는 삼림에서 탄소흡수량을 확보해 탄소배출권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HLB는 구명정과 고속단정 등 소형 선박을 제조, 판매해 왔다. 현재 울산시와 함께 수소선박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수소경제 참여를 모색하는 중이다.

HLB는 또 지난해 100% 자회사인 HL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자본이 부족한 바이오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HLB테라퓨틱스는 모터·펌프를 제조하는 전자사업을, HLB생명과학은 에너지절약사업(ESCO)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진 회장은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도 그룹의 중심이 바이오사업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진 회장은 8월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사업 진행과정을 소개하며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향해 성장하되 안주하지 않고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