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잇딴 악재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 회장이 상반기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호텔롯데 상장은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정운호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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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 회장이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퇴진 등을 포함한 강도높은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그동안 줄곧 ‘기업 경영과 가족은 별개’라는 원칙을 강조해 왔는데 검찰의 수사결과 신 이사장의 탈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 이사장은 현재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 계열사 8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신 이사장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3개 계열사에서 지난해 받은 급여만 32억6800만원에 이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검찰의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 이사장의 임원 지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위법행위가 드러나 법적 처벌이 불가피해지면 등기임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이후 가족과 경영 분리, 그룹 투명성 제고 등을 수차례 강조해 온 만큼 형이 확정되기 전에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해임을 서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 회장이 그간 미뤄왔던 롯데그룹 전반의 인적쇄신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호텔롯데의 면세사업 부문인 롯데면세점과 부산롯데호텔 등을 제외하고는 그룹정책본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영진을 유임했다.
지난해 7월부터 불거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을 우선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된 데다 이번 호텔롯데 상장 차질이 수십년간 등기임원 자리에 있던 신 이사장으로 인해 비롯됐다는 점에서 인적쇄신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 차질은 결국 오너 일가의 비정상적인 경영간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경영과 가족은 별개라고 강조한 신 회장이 앞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중 한사람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최근 검찰에 소환돼 사법 처리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인적쇄신론’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해 신 회장이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신 회장으로서는 대규모 인적쇄신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