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mRNA 백신 '원스톱'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상업생산 능력을 입증했다. 단기간에 생산이 가능한 mRNA 백신 특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역량이 결합돼 위탁생산 규모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5월 말 생산설비를 구축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통상 백신 생산은 세포 배양, 유정란 배양 등 방식에 따라 4~6개월가량 걸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들여 mRNA 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mRNA 백신은 생백신, 사백신, 단백질백신을 비롯한 기존 백신과 비교해 생산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mRNA 백신과 기존 백신의 생산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기 위해서는 백신의 작용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차이는 병원체과 싸우기 위한 무기 즉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에 있다.
기존 백신은 살아있거나 죽은 병원체, 병원체에 있는 단백질 조각 등 항원을 직접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면역을 유도한다.
반면 mRNA 백신은 세포가 직접 항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 주입된 mRNA가 세포에 병원체 항원의 유전정보를 전달하면 세포가 항원을 생산하고 체내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해 면역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면역을 얻는다는 결과만 보면 mRNA 백신과 기존 백신이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핵심은 개발 및 생산 속도다.
기존 백신은 제품별로 각각 다른 제조공정이 필요해 초기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항원을 배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mRNA 백신의 경우 필요한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합성하는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져 생산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한다고 해도 기존 공정에서 mRNA의 유전정보만 바꾸면 돼 상대적으로 빠르게 백신 개발과 생산이 가능하다.
융합연구정책센터는 3월 보고서를 통해 “유전자를 기반으로하는 백신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백질 기반 백신보다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며 “mRNA 백신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기술과 설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염기서열을 특정한 이후 한 달 안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mRNA 백신 생산이 빠르다는 것이 생산 자체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mRNA가 워낙 불안정한 물질이라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을 만들기 위해 '원스톱' 생산시설을 구축한 까닭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mRNA는 체내 반감기(어떤 물질이 반으로 감소하는 시간)가 수 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내 잔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지만 의약품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특징이다. 그래서 백신 등 mRNA 기반 의약품은 mRNA가 무사히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질나노입자(LNP)와 같은 전달체에 mRNA를 싣는(캡슐화) 기술이 적용된다.
다만 이 지질나노입자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내부 mRNA가 방출되는 등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영하 수십도 수준의 초저온 환경이 필수다. mRNA 생산, 지질나노입자 적용 등 여러 공정이 분산돼 있을 경우 의약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mRNA 백신 원스톱 생산 공정.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사업장에 원스톱 생산설비를 마련함으로써 mRNA 백신 생산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mRNA 합성과 정제, 지질나노입자 제조 및 캡슐화, 무균 충전, 완제품 포장 등 상업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된 의약품은 최저 영하 70도에 이르는 온도에서 관리한다.
이처럼 생산 기반이 마련된 만큼 실제 mRNA 백신 제조는 제품 특성에 걸맞게 신속하게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그린라이트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을 맺은 뒤 약 7개월 동안 기술이전을 진행했다. 이후 올해 5월 말 mRNA 원료의약품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2달여가 지나 첫 시험생산에 성공하며 상업생산 준비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백신의 상업생산 역량을 증명한 것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 외연을 한층 더 확장할 기회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코로나19 mRNA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나 mRNA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이 없어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주문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의 추가적인 위탁생산 계약 체결을 위해 잠재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7월26~28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mRNA 관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mRNA 생산 역량을 설명하고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과 수주 및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