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9434억 원.’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이다. 2020년보다 5% 늘면서 처음으로 9천억 원을 넘어섰다.
금감원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은 2017년 7302억 원, 2018년 7982억 원, 2019년 8809억 원, 2020년 8986억 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 수법도 점점 고도화, 지능화하고 있다.
최근 크게 논란이 크게 된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처럼 법인형태 브로커 조직과 병원이 공모한 사례가 늘고 있고 가평계곡 살인사건 같은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경제범죄로 여겨진다.
어떻게 하면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한 해법을 찾기 위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기특별법 개정방향’ 토론회를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가봤다.
이날 토론회는 현재 시행 중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했다.
국회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은 그전까지 사기죄로 뭉뚱그려지던 보험사기를 별도로 다룰 근거를 마련했고 보험사기의 통계 등 현황파악과 분석에는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소 사항만을 규율해 종합적이고 실효적 대응을 위한 근거법령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의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건은 없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6건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정부합동대책반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합동대책반 신설은 토론회를 주최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보험사기와 관련한 범정부 수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발제발표를 맡은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사기의 복합성과 다양성, 지능화와 조직화를 고려할 때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합동대책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기는 기본적으로 형사, 민사, 행정 분야에 걸쳐 있어 복합적 법적 쟁점을 일으킨다.
보험사기는 형사범죄인 사기죄의 일종으로 수사·기소·처벌의 대상인 동시에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수령할 때는 부당이득 등이 성립돼 민사상 반환청구 대상이 된다.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 행위를 했을 때는 등록취소·영업정지 등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각 영역이 수사당국과 금융당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만큼 범정부합동대책반 출범은 효율적 수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찰청 아래 정부합동대책반이 신설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그동안 입법을 통한 정부합동대책반 신설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금융위원회도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특별법 개정안 통과 전이라도 정부합동대책반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며 “정부합동대책반은 이름이 일시적 조직인 느낌이 있는데 법으로 정할 때는 각 부처에서 파견을 받는 상시 전담조직에 어울리는 이름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민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장은 “보험사기 대응체계에서는 범죄의 예방과 수사를 고유 직무로 수행하는 경찰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며 “경찰청 주관으로 대책반을 꾸리면 수사팀과 직접 연계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보험사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반을 구성하는 동시에 주요 관련기관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문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범정부차원의 대책반을 만드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다만 대책반에 너무 많은 업무가 몰려 업무 과중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이나 공단 등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사후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금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항들도 특별법을 개정할 때 포함돼야 할 핵심내용으로 꼽혔다.
사후 처벌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벌금형이 나오고 징역형이 나올 때도 3년 미만으로 선고되는 현재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강력한 예방효과를 위해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인호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보험사기 유죄 확정자에게 징벌적 개념인 ‘배수형(약 2~3배) 벌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으나 실질적 처벌 강화를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금 환수권을 도입할 때는 현재 발의된 개정안를 놓고 볼 때 환수 범위와 기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병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보험금 환수권은 이미 유죄 확정판결로 가해자와 피해규모가 결정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소멸시효는 단기간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환수 범위도 전체 보험금이 아닌 적정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뺀 보험사기에 따른 부당이득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가치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황현아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는 강력범죄를 수반하는 경우부터 정당한 권리행사와 구별이 불분명한 경우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대응 강화가 자칫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제한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가 보험사기로부터 지킨 보험금이 소비자한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사기를 막아 생긴 이익금이 보험사에 고스란히 돌아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홍성국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박수영 의원이 함께 주최하고 한국보험법학회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회에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이들은 모두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적극 찬성한다는 뜻을 보였다.
결국 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다는 얘기인데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여야 의원들도 특별법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윤관석 의원은 “보험사기 방지는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이나 민간 의료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원 구성을 마무리해서 특별법 개정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보험사기가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히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오늘 토론회가 국회 원 구성과 동시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물꼬를 틔워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토론회에 각계각층 다양한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 그만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여러 의견을 모아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