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63에서 열린 ETF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고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 위주로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최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63에서 열린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 ‘깜짝’ 등장해 이렇게 말했다.
한두희 사장은 간담회 시작 직전 예고없이 나타나 짧은 인사말을 통해 ETF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날 간담회는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었다. 애초 공지된 일정에는
한두희 사장의 참석 계획이 없었다.
한 사장의 언급대로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시장에 차별화한 ETF 상품을 내놓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들어 출시한 ETF 상품은 모두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는 세계 최초이기도 하다.
한화자산운용이 5월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ARIRANG FnK리츠 ETF’, 7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ARIRANG TDF액티브 ETF’도 모두 국내 최초다.
국내 최초 상품을 통해 국내 ETF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한화자산운용은 이런 전략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도 ETF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자산운용은 증시 둔화의 악조건 속에서도 순자산총액(AUM)이 다른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와 달리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조6660억 원에 이른다. 1개월 전보다 0.2%, 3개월 전보다 3.7% 늘었다.
9일 기준 국내 ETF시장 전체 순자산총액은 72조5003억 원으로 1개월 전보다 2.8% 줄었다. 3개월 전과 비교해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권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근 한 달 사이 ETF사업 순자산총액이 늘어난 곳은 한화자산운용과 키움증권 등 2곳에 그친다.
김성훈 본부장은 “최근 시장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도 3월 말 출시한 우주항공UAM(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ETF는 투자금이 몰려 순자산총액이 2배 규모로 커졌고 1월 내놓은 희토류 ETF와 2월 선보인 수소연료전지 ETF도 상장 당시 설정했던 물량을 다 소화하고 추가 물량을 설정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63에서 열린 ETF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 본부장은 이날 출시한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를 놓고도 큰 기대감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직접 자기 돈을 넣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자고 하는데 이번에 선보인 대체투자상품 역시 마찬가지"라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시기에 대체자산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은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는 미국 대체투자전문회사 10곳에 투자하는데 대체투자시장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프리킨(Preqin)에 따르면 세계 대체투자시장의 순자산총액은 2021년 13조3200억 달러에서 2026년 23조2100억 달러 규모로 5년 동안 7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도 대체투자 비중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2021년 13.4%에서 2026년 15.0%, 같은 기간 사학연금은 21.3%에서 26.2%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ETF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면 시장 초기 수요를 선점하는 효과는 물론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더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ETF시장에서는 상품의 차별성만큼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등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별도의 ETF 브랜드를 붙여 상품을 출시한다.
ETF시장에는 코스피지수 추종 상품 등 각 자산운용사가 공통적으로 운용하는 기본상품이 있는데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 같은 상품일 때도 고객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새 ETF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꾸준히 온라인과 현장 기자간담회를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ETF 상품 출시 때마다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는 곳은 한화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이날도 한화자산운용 측이 준비한 50석 규모의 회의실이 꽉 차 옆 회의실에서 화상으로 동시에 간담회를 진행할 정도로 취재진이 많이 몰렸다.
한화자산운용에게 ETF는 위상 강화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ETF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주요사업으로 커가고 있는데 한화자산운용은 아직까지 ETF사업에서 최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9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자산운용(투자일임 포함) 규모는 106조7491억 원으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 이은 업계 4위지만 ETF 순자산총액 규모는 1조6660억 원으로 업계 7위에 그친다.
한화자산운용은 2018년 말만해도 ETF사업에서도 4위를 차지했는데 급격한 시장 성장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순위가 2019년 말 5위, 2020년 말 7위로 내려갔다.
김성훈 본부장은 “앞으로도 계속 고객가치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선제적 상품 출시를 위해 힘쓰겠다”며 “차별화한 상품을 통해 국내 ETF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