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분기 최악 손실 추정, 쿠팡 주가 하락이 주요인

▲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마사요시 손(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기술 스타트업 펀드 ‘비전펀드’ 손실 확대로 1분기에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비전펀드의 대표적 투자 대상인 쿠팡과 중국 디디추싱 등 기업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비전펀드 손실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1일 “손 회장의 ‘도박’이 다시 실패하면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사상 최악의 기록적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12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1분기(자체 회계연도 4분기) 실적과 비전펀드 수익률 등을 발표한다.

시장 조사기관 팩트셋이 종합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1분기 순이익은 11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92%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 회장이 주도해 설립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 대상인 주요 기술주 주가가 연초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소프트뱅크의 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플랫폼기업 및 IT기술 전문 스타트업이다. 비전펀드1은 약 1천억 달러, 비전펀드2는 500억 달러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를 만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초 28.72달러를 기록하던 쿠팡 주가는 3월 말 17.68달러로 약 38% 떨어졌고 중국 차량호출 플랫폼기업 디디추싱 주가는 같은 기간 5.25달러에서 2.5달러로 약 52%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외에도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34개 기업 가운데 32개 기업 주가가 1분기 들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평균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가 아직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비전펀드 손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산 가치 하락에 그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최근 자금난을 겪으면서 쿠팡 주식 약 1조 원어치를 매각하는 등 손해를 감수하며 주식을 매각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결국에는 실제로 손실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비전펀드의 손실이 비정상적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앞으로 손실이 더 확대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5월10일 종가 기준 쿠팡 주가는 10.58달러, 디디추싱 주가는 1.57달러로 3월 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비전펀드의 2분기 수익률에도 주가 하락의 영향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 예고와 인플레이션 심화,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올해 미국증시는 약세장을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기술주들의 주가 반등도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된다면 비전펀드에서 투자한 기업 주식을 추가로 매각해야 하고 이는 결국 추가로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을 이끄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비전펀드 손실 확대는 소프트뱅크의 사업 지속 가능성과 손 회장의 명성에도 부정적 시각을 키우고 있다”며 “사업 구조에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