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재논의를 요구해 사실상 합의가 깨졌다. 

여야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말 새 '검수완박' 여야 합의 뒤집은 국민의힘, '윤석열 의중' 반영됐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중재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중재안에서 선거·공직자 범죄와 관련해 미흡한 부분이 있어 국민들의 많은 우려가 있다”며 “그 부분을 바탕으로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수사받기 싫어 짬짜미(담합)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면서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를 깬다면 민주당 단독으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맞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비대위)에서 “민주당은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지 사흘 만에 국민의힘이 태도를 달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22일 국회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존중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윤 당선인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중재안을 비판하며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해 헌법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지 정치권 전체가 뜻을 모아주기를 당부한다”며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는 만큼 거대 여당이 입법 독주를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에서 전날 윤 당선인이 중재안을 두고 "국민여론과 형사사법체계를 감안하면 이대로는 안 된다"며 법안 심사 때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중재안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한 후보자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중재안은 수사권 개정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도 중재안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도 전날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국민들과 지식인들이 분노하고 계신다”며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게 그야말로 이해상충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하려는 민주당이 다시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는 논의를 수용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내표는 이날 비대위에서 “윤석열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는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며 “검찰이 반발한다고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처신해서야 집권여당이라고 국민들이 보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박 의장도 (합의대로 처리하는 데)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합의한 대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조문 심사과정을 거쳐 4월28~29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