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조폐공사를 화폐 제조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라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 더욱 어렵지만 조폐공사가 앞에 놓인 유일한 활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3월8일까지 정보통신기술 사업 부문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
이번 경력직 채용으로 IT PM 및 서비스기획, 시스템 및 응용SW 개발관리, 클라우드운영 등 분야에서 모두 13명을 모집한다.
조폐공사가 올해 일반전형으로 신입직원을 42명 채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력직 채용은 적지 않은 규모다. 그만큼 조폐공사의 디지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반 사장은 이번 경력직 채용을 놓고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 사장은 지난해 2월 조폐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공사의 사업 영역을 정보통신기술 부문으로 꾸준히 확장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조폐공사 창립 70주년을 맞아 ‘초연결 시대의 국민 신뢰 플랫폼 파트너’라는 새 비전과 ‘화폐 제조기업을 뛰어넘는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전자서명 공통기반 인증, 모바일 상품권 등은 현재 조폐공사가 영윟가는 대표적 디지털 사업들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조폐공사가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전문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뒤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대전 운전면허시험장 두 곳에서만 발급되고 있지만 1월27일부터 이번달 14일까지 발급신청이 1만6940건이나 몰려 대기시간이 4시간까지 늘어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산업안전공단에서도 오는 3월부터 공단이 시행하는 국가자격시험에 모바일 신분증을 신분확인 증명수단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하는 등 모바일 신분증의 활용도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조폐공사의 ‘착(chak)’ 역시 성장세에 힘이 붙고 있다.
착은 조폐공사가 국내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2018년 선보인 모바일 지역상품권 결제플랫폼이다.
착을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2019년에 5곳에 불과했지만 2020년 37곳, 2021년에는 70곳 이상으로 늘었다. 상품권 구매액 규모는 2020년 4천억 원에서 2021년 2조 원 이상으로 5배 정도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조폐공사가 겪고 있는 경영난은 공사의 체질 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폐공사는 주력사업인 화폐제조에서 발행 규모의 감소로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아 여권 발행이 급갑했다. 2020년에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4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
기획재정부가 1월에 내놓은 ‘정부출자기관별 2021년 정부배당수입’을 보면 조폐공사는 2021년에도 109억 원의 순손실을 봐 정부배당을 하지 못하는 등 적자 경영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반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폐공사의 사업부진 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본업에 충실하고 효율화해서 국민적 신뢰를 되찾는 게 중요하지 않나”, “사업 규모들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화폐, 여권 발행 등 본업에 충실하라는 지적인데 반 사장은 '디지털 전환만이 살 길'이라는 경영방침을 굳게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사장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직원 간담회에서 “올해는 화폐 제조 기업을 뛰어넘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