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대체품으로 급부상하는 SSD 제품을 새로 내놓으면서 ‘사업다각화’라는 난제를 풀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생산 제품군이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K하이닉스는 오는 3분기 새로운 컨트롤러를 탑재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신제품을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일반 소비자용 SSD도 조만간 출시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미국 컨트롤러업체인 LAMD를 인수해 SSD 제품개발에 힘써왔다. 컨트롤러는 SSD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탑재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거나 쓴다. 또 전력소모도 적어 노트북 등의 배터리 유지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SD가 기존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SSD시장 규모는 기존 메모리 시장에 비해 3배 이상 크다. SSD시장에서 삼성전자(25.7%), 인텔(18.4%), 샌디스크(14.7%), 도시바(14.7%) 등이 이미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업계는 전 세계 SSD시장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시장에서 세계 2위다. 전체 매출의 95%도 여기서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메모리시장에서 점유율 35.4%로 1위, SK하이닉스는 16.6%로 2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주력제품인 낸드플래시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1억 달러에 이르며 세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정작 부가가치가 높은 SSD시장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을 추진해 종합반도체회사로 거듭나겠다”며 “비메모리 사업역량도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신제품 출시계획에 대해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가 6~7년 만에 사업다각화라는 난제를 풀게 됐다고 반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SSD시장 진출을 통해 삼성전자와 유사한 종합반도체회사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이번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SD시장에서 한참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가 빨리 자리를 잡으려면 막대한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쟁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연합을 만들어 SSD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이 연합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SK하이닉스가 인내심을 갖고 설계인력을 영입해 제품개발을 하는 한편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금부터 잘 준비해도 향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이라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