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다른 기업 자산을 사들이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에서 성장기회를 찾는 '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이용자에 편중되어 있던 신한카드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카드사업 이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임 사장의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신한카드 사업보고서를 보면 상반기에 신용카드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 등을 통해 벌어들인 카드부문 영업수익은 약 1조57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 전체 영업수익에서 카드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81%에서 올해 상반기 77%로 감소했다.
카드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며 신한카드가 벌어들인 카드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한편 임 사장이 연초부터 자동차금융 등 비카드부문 사업을 육성하는 데도 주력해 온 결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가 최근 다른 회사에서 소매금융자산을 잇따라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는 만큼 카드부문 수익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는 8월 말까지 계열사인 신한캐피탈에서 중금리대출과 자동차금융자산 약 1조 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상반기에는 현대캐피탈에서 렌터카자산 약 5천억 원 규모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한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중금리대출자산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이 카드업 한계를 넘어 신한카드를 종합 금융회사로 바꿔내겠다는 목표를 올해 초 제시했던 만큼 자산 인수나 인수합병과 같은 투자가 당분간 더 활발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업에서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어 앞으로 자산 인수와 같은 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사장이 인수를 주도한 중금리대출과 자동차금융 등 소매금융자산은 그동안 신용카드업에 크게 의존하던 신한카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한카드는 카드시장 성장 저하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비카드부문 자산을 늘렸다"며 "소매금융자산 인수로 비카드부문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사들인 소매금융자산을 성장동력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캐피털업체와 저축은행, P2P(개인사이금융)업체 등이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오토리스와 할부금융 등 자동차금융시장도 여러 카드사와 캐피털업체가 진출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한카드가 외부 대출자산을 사들인 것은 다른 기업에서 대출상품을 이용하던 소비자를 신한카드 고객으로 대거 끌어들이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임 사장이 신한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새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신한캐피탈 등에서 중금리대출자산을 인수하면서 그동안 신용카드 고객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과 저신용자 고객층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신한카드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와 경영 컨설팅, 사업자금대출과 신용관리 및 자산관리 서비스 등이 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 신한카드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게 될 수 있다.
오토리스 등 자동차 금융상품을 이용하던 고객은 소비활동이 활발한 우량고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한카드가 제공하는 차량 관리와 쇼핑 멤버십 등 생활서비스 고객으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
결국 임 사장이 추진하는 신한카드 성장전략의 성패는 그동안 자산 인수를 통해 확보한 신규 고객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SK텔레콤과 직방, 세브란스병원과 핀크 등 다양한 기업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신용카드사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새 금융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카드에서 카드와 대출, 자동차금융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갈수록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사장은 최근 신한카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상품과 판매채널 전략, 사업 포트폴리오 등에 변화와 혁신,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